[어저께TV] ‘라스’, 단물 빠졌나? 김숙 없으면 어쩔 뻔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4.09 06: 54

‘라디오스타’가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를 밋밋한 구성으로 아쉬움을 샀다. 그나마 방송 말미 김숙이 눈을 희번득하게 뜨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을까. 늘 독한 질문으로 어느 정도의 웃음을 형성했던 이 프로그램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제주도에 살고 있거나 땅을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을 한데 모아 ‘제주도 라스밤’ 특집을 구성했다. 이재훈, 이정, 방은희, 김숙이 출연한 가운데 스타들은 제주도에 정착을 한 이유와 생활기를 털어놨다.

‘라디오스타’라는 토크쇼가 사랑을 받는 요인은 스타들을 몰아세워 재미를 구성하기 때문. 독설가 김구라를 필두로 깐족거리는 윤종신, 치고 빠지는 전략을 펼치는 규현, 각양각색 진행의 조화를 책임지는 김국진이라는 카드가 마구잡이로 활용된다.
서로 웃음 장치의 합을 짜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면서 각자의 역할들이 있고, 이 역할들로 인해 웃음이 만들어지는 면이 있다. 토크쇼지만 게스트만큼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MC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큰 ‘캐릭터쇼’인 셈이다. 이들은 출연하는 스타들을 정신 사납게 만들어서 대답을 이끌어내거나,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툭 치고 나오는 송곳 질문으로 시청자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토크쇼가 대체로 예전만큼의 화력을 자랑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라디오스타’는 지상파 토크쇼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이 같은 독한 웃음 장치는 논란이 되기도 하고, 때론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라디오스타’가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소비된 것은 일단 보면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 터다. 그 흥미로운 구석이 호불호가 갈리고, 때론 과도한 사생활 캐기라고 할 지언정 말이다.
그런데 이날 방송은 아쉽게도 재밌게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공통점이 있는 스타들을 모아놓긴 했지만 사실 제주도 정착기가 흥미를 자극할 수는 없을 터다. 때문에 초반 사촌인 이재훈과 이정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평소보다 지루하게 펼쳐졌고, 이후에는 이재훈의 이미 알려진 재력에만 신경을 곤두세운 모양새였다. 보통 이 토크쇼는 출연진 혹은 MC들과 으르렁거리는 묘미가 있는데 이날 방송은 물고 뜯는 상황이 현저하게 적었다.
‘라디오스타’가 언제나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구성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맛은 있었다. 그런데 이날 방송은 고유의 색깔 없이 밋밋하게 흘러갔다. 단지 게스트 구성에 패착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의 센 그림을 만들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MC들의 질문도 날카롭지도, MC들이 출연진과 기싸움을 통해 재미를 형성하는 ‘라디오스타’가 가진 본연의 맛이 없었다는 것. 그나마 마지막에 출연진의 부추김 속에 김숙이 눈을 우스꽝스럽게 뜨면서 재밌는 프러포즈를 한 대목이 이날 방송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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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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