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컴플렉스에 걸린 한 여자의 인생 역전 드라마인 줄 알았더니, 이 드라마 벗기면 벗길수록 무시무시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편에게 새로운 기억을 심어주겠다며 기억을 조작하지 않나, 내연녀는 과거 사건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 드라마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다.
8일 방송된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기억을 잃은 철희(이순재)가 순옥(김혜자)의 집을 찾아오는 모습이 방송됐다. 현숙(채시라)과 현정(도지원)은 아버지를 찾았다는 기쁨에 집에 데리고 와 한끼를 먹이려 한다. 순옥과 모란(장미희)이 외출한 틈을 타 데리고 오지만, 순옥은 모란과 싸운 뒤 집에 먼저 와 있다.
순옥은 철희를 보고 기암하고, 소금을 뿌리며 "잡귀야 물러가라"고 소리치며 오열한다. 이후 순옥은 현숙으로부터 철희가 기억을 잃은 채 살아있었다는 말을 듣고, 측은한 마음에 사실을 모두 털어놓으려 한다. 그때 마침 모란이 들어와 철희와 재회하고, 철희는 모란에게 "마누라"라고 말해 다시 한번 순옥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후 종미(김혜은)는 순옥에게 철희에게 새 기억을 심기자는 제안을 한다. 예전에 둘도 없이 조강지처를 아낀 남자로 만들자는 것. 순옥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다음날 철희에게 그렇게 말하지만, 기억이 없는 철희는 "내가 저런 여자와 살았다고?"라고 의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옥과 철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모란은 순옥 곁을 떠난다. 하지만 모란은 떠나는 길에 과거를 회상한다. 회상신에는 모란이 철희와 말다툼 끝에 기차에서 철희를 미는 모습이 담겨 있다. 철희가 그 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릴까 두려운 모란은 결국 순옥의 집으로 돌아와 순옥을 놀라게 했다.
이날 순옥도, 모란도 왜 이 드라마의 제목이 '착하지 않은 여자들'인지 확실하게 알려줬다. 바람피운 남편때문에 어려운 세월을 살아온 여자로만 알았던 순옥은 남편에게 새 기억을 심기면서까지 과거를 보상받으려 했고, 그냥 소녀같았던 모란은 철희의 기억상실증의 실제적인 원인 제공자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며 보통 캐릭터가 아님을 증명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극이 진행될수록 새로운 사실들과 캐릭터들의 새로운 면모가 양파 껍질마냥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비밀스러운 사실들이 드러날지 다음회가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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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