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권력 앞에서 무너진 정의. 진실만을 쫓던 엄마와 딸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가족을 보고하고 싶은 딸은 모든 사실을 모른 척 숨기기로 결심했고, 엄마는 여전히 딸을 지키기 위해 뭐든지 할 태세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 연출 최병길) 7회에서는 조강자(김희선 분)가 도정우(김태훈 분)와 진이경(윤예주 분)의 관계를 알고, 증거를 찾아 정우를 교육청 감사과에 고발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후 정우는 더욱 막강한 권력, 이사장이 돼서 학교에 돌아왔다.
강자는 정우와 이경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이경의 어머니를 찾아가 사실을 알렸지만, 그녀는 진실을 덮으려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을 생각했고, 이미 세상에 알려져 망신창이가 된 죽은 딸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조용히 눈물만 삼키는 이경의 어머니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에 포기하지 않은 강자지만, 딸 오아란(김유정 분)의 마음은 달랐다. 아란 역시 이경을 죽인 범인으로 정우를 지목하긴 했지만, 이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며 기억을 찾지 못한척했다. 더구나 정우가 이사장이 돼 학교에 돌아온 후, 아란을 협박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강자가 이경 사건에 매달리지 않기를 바랐다.
'앵그리맘'은 첫 회부터 아픈 사회 현실을 콕 짚었다. 학교 폭력과 더불어 정의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사회 권력(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불법이나 비리도 저지르는) 등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물론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혹은 덜 끔찍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종 들려오는 학교 폭력이나 자살 소식 등을 따져보면 '앵그리맘'이 현실을 반영하려고 꽤 노력한 흔적을 찾아볼 수도 있다.
특히 이날 방송 중 홍상태(바로 분)와의 다툼으로 전교에서 왕따를 당하게 된 아란의 말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과 그 주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란은 상태와의 소란에 "무슨 학교가 이래"라고 말하며 흥분하는 엄마 강자에게 "학교는 원래 이랬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살려면 이 정도 버틸 깡은 있어야한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 에피소드가 언제, 어느 학교에서든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을 보면서 뜨끔했을 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앵그리맘'은 학교 폭력과 거대 권력의 비리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회 고발 드라마다. 그래서 볼수록 긴장하면서 때로는 마음 한 편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어두운 면이 있다. 그러면서도 기획의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적당할 정도로 코믹한 요소를 섞어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연출하고 있다. 끝까지 이 균형을 유지하면서 너무 어둡지도, 또 흩뜨리지도 말고 고발과 시청자가 바라는 해피엔딩을 적절하게 이끌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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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