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질질 끄는 '압구정백야', 연장 꼭 필요했나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5.04.09 06: 54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지고, 더불어 남자주인공의 존재감마저 사라질 위기다. 꼬이고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연장까지 했지만, 이런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극본 임성한, 연출 배한천 최준배) 122회에서는 한 번 더 꼬여 백야(박하나 분)와 장화엄(강은탁 분)이 결국 이별을 맞는 내용이 그려졌다. 더불어 육선지(백은하 분)가 또 임신하는 내용이 예고됐다.
이날 방송분을 요약하자면 백야와 화엄은 서로 좋아하지만 이별을 결심했고, 서은하(이보희 분)는 소식을 듣고 백야에게 화를 냈다. 화엄의 가족은 두 사람의 이별을 확신하고 좋아했으며, 선지는 헛구역질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임신한 사실이 예고됐다.

사실 이 정도의 내용은 늘 '압구정 백야'에서 반복되던 패턴이다. 조나단(김민수 분)이 죽은 후 백야에게 마음을 고백한 화엄이지만 늘 꼬이고 꼬여서, 돌고 돌면서 제자리에 섰다. 백야는 그 사이 복수보다는 천부적인 재능을 나타내며 새로운 인물 정삼희(이효영 분)의 보조 작가로 활약했고, 선지는 결혼해 네쌍둥이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백야의 복수나 화엄과 백야의 러브라인 등은 미미한 존재감을 보였고, 오히려 육선지나 정삼희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가 됐다. 초점에서 벗어난 이야기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동안은 선지가 주인공인 백야와 화엄보다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압구정 육선지'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 더불어 화엄의 친구이라 라이벌인 삼희는 등장부터 '발연기' 타이틀을 얻으며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삼희의 등장으로 백야와 화엄, 조지아(황정서 분)의 사각관계가 형성되긴 했지만, 이 역시 지루하게 질질 끄는 모습으로 몰입도를 흩뜨리기만 했다.
앞서 '압구정 백야'는 전개상의 이유로 29회를 연장했다. 연장 후 등장한 정삼희 캐릭터는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가 했더니, 오히려 재미없고 답답한 러브라인만 질질 끌고 가고 있다. 백야와 화엄이 삼희와 삼각관계에 휩싸이고, 서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작품 연장까지 필요했던 걸까. 더불어 화엄의 직장 후배 반석(오기찬 분)의 끝없는 등장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 물론 필요상 등장해야 할 장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화엄의 사무실에 들어와 "지나가다가 들렀다"라는 말을 하거나, 전개상 꼭 필요했나 싶을 정도 에피소드에 한 회, 한 두 번씩 얼굴을 내민다. 임성한 작가는 대체 반석에게 뭘 바라는 걸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장의 필요성이 있었냐는 반응도 보인다. 백야와 화엄의 관계를 삼희까지 끌어들여서 계속 꼬아놓기만 하고, 그 사이 선지가 원없이 행복해지는 내용을 그리기 위한 것이었을까. 심지어 이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이 꽤 매력 없이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일 수 있다. 시청자들이 흥미로울 정도의 전개가 아니라면 굳이 필요했겠냐는 의견이다.
원래 기획대로였다면 이미 종영을 맞았을 '압구정 백야'. 실타래를 풀 생각은 없이 더욱 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작가가 과연 남은 27회 동안은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를 펼칠지, 아니면 의문투성이의 전개로 막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seon@osen.co.kr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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