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선은 '앵그리맘'을 통해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여고생으로도, 엄마로서도 훌륭한 호연을 펼치고 있다. 당초 '교복입은 김희선'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교복을 입어야만 했던 엄마'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중이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에서 김희선은 막강한 권력과 맞서 싸우지만 이내 자신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오히려 권력이 더 커지는 모습을 보고 좌절해야 했다. 교복을 입은 채 엄마의 얼굴을 한 김희선의 모습은 언뜻 상상하기에 어울리지 않을 법 하지만, 김희선이기에 가능했다.
당초 '앵그리맘'이 시작할 당시에는 40을 바라보는 김희선이 교복을 입고 여고생 연기를 하는 것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앵그리맘' 속 김희선은 교복을 입고도 어색하지 않은 외관으로 기대 이상의 미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김희선의 교복입은 모습이 아니었다. 교복을 입어야만 하는 현실이다. '앵그리맘'은 코믹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치됐긴 하지만 순수해야 할 학교 내 검은 권력의 모습을 신랄하게 담고 있어 넓은 연령층에 호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다. 이렇다보니 김희선이 느끼는 감정들은 드라마를 보는 학부모들은 물론 학교라는 단체를 거쳐온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날 김희선은 다시 학교에 들어가며 딸을 지키려 했음에도 권력 앞에 무너져야 했다. 김태훈과 윤예주의 관계를 교육청 감사과에 고발했지만, 물거품이 되는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허망하게 했다. 이를 눈 앞에서 본 김희선은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엄마의 눈빛으로 낙담했다. 김희선의 이같은 모습은 권력 앞에 선 약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엄마의 삶을 일부 포기하고 여고생으로 다시 분했음에도,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교복 입은 엄마가 울상을 짓는 모습 자체가 보는 이들까지 안타깝게 만든 것.
김희선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역시 아이를 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앵그리맘'을 바라봤다. 어두운 현실 속 방치된 아이들의 모습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던 김희선의 눈빛이 선하다. 당시 김희선은 "실제 나라도 강자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더하면 더했다.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드라마에 푹 빠져 촬영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희선이 진심을 담은 연기로 임하고 있는 '앵그리맘'은 학교 폭력과 거대 권력의 비리로 물든 사회 문제르 꼬집고 있다. 무겁지만 곳곳에 가벼운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어 몰입하기에도 수월한 작품. 엄마로서 여고생으로서 완벽히 분한 김희선이 드라마 속에서나마 이러한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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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