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영 “라디오는 내 애인, 70살까진 하고 싶어요”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4.09 17: 01

낭랑하고 맑은 목소리, 핑크색 의상, 50대라고 볼 수 없는 동안. 방송인 이숙영(57)의 첫 인상은 그의 라디오 진행만큼이나 밝고 명랑했다. 심지어 기자에게 건넨 명함도 핑크색이었다. 30여 년간 방송이라는 한 우물을 판 연륜은 인터뷰 내내 귀를 쫑긋하게 했다.
이숙영은 현재 SBS 라디오 러브FM ‘이숙영의 러브FM’ DJ로 아침마다 청취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10시까지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30분을 늘려 달라는 청취자의 성화가 대단하다. 
1980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는 1987년부터 지금까지 28년간 아침 방송을 했다. 1987년 KBS ‘FM 대행진’을 시작으로 SBS 파워FM ‘이숙영의 파워FM’을 거쳐 현재 ‘이숙영의 러브FM’을 이끌고 있다.

이숙영의 생활은 걸어다니는 시계라고 할 만하다. 오랫동안 아침 방송을 하면서 폭설 때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지각을 한 적이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아침 기상 후 규칙적인 식사, 그리고 꾸준한 운동과 자기 계발로 점철된다. 건강해야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성실한 성격이다.
“오전 7시 생방송을 진행할 때는 5시에 일어났고, 요즘엔 5시 30분께 일어나요. 보통 12시쯤 자니 잠이 부족하긴 하죠. 방송을 수명과 바꾼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요.(웃음)”
이숙영의 목소리는 20대라고 해도 믿을만큼 발랄하고 탁한 구석이 없다. 타고나길 예쁜 목소리이기도 했지만,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제 안에 소녀가 있대요.(웃음)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철이 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죠. 요즘에도 ‘인기가요’와 같은 음악프로그램을 즐겨 보면서 아이돌그룹의 춤을 신경 써서 보고요. 영화도 자주 보러 다녀요. 저 미쓰에이 신곡 춤도 알아요(웃음). 청취자들의 활기를 북돋기 위해 춤을 추거든요. 많이 좋아해주시죠.”
이숙영은 ‘보는 라디오’를 할 때마다 화려한 댄스를 소화한다. 이유는 하나다. 일상에 지친 청취자들을 위한 선물이다.  
“제 나이에도 이런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오전 8시30분부터 10시 라디오는 주부나 자영업자 분들이 많이 듣잖아요. 그래서 좀 더 힘을 불어넣고 싶었죠.”
이숙영은 오랜 DJ 생활만큼이나 충성도 높은 고정 청취자가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인 네이버 밴드에는 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모여 있다. 1년에 2번 정도는 정기 모임을 갖고 청취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청취자들이 늘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지해주시니까 감사하죠. 처음에 방송 시간대를 옮겼을 때 고민도 있었는데, 그분들 덕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청취율이 잘 나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숙영은 아파도 꾹 참고 진행을 위해 DJ석에 앉는다. 한 번은 너무 아파서 야밤에 병원에 달려가 치료를 받고 다음 날 오전 생방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 이숙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의사를 깨웠다’고 한다.
“라디오는 감정이입이 되는 매체예요. 따뜻한 감성이 있죠. 청취자들과의 소통을 그때그때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한 청취자가 자살을 하려고 눈을 감고 운전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라디오를 듣고 마음을 바꾸셨대요. 제가 생명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람이 있었어요. 말 한마디라도 위안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이게 제가 DJ로서 지키려는 원칙이에요.”
한 분야에 30여 년간 몸을 담근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인이 됐다는 뜻일 게다. 그럼에도 이숙영은 책을 끼고 살고, 틈틈이 인문학 강좌도 찾아다닌다.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청취자와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숙영의 방송 철학 때문이다.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이것도 해주고 싶고 저것도 해주고 싶고 그래요. 어떤 DJ는 카리스마 있게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붙이는데 전 사실 그런 게 부족하죠.(웃음) 청취자가 사연을 절실하게 올렸는데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어떻게든 원하는 대로 해드리고 싶어요.”
그는 생방송이 끝나면 청취자들이 남긴 글들을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간다. 혹시라도 자신이 놓친 사연이 있나, 청취자가 바라는 게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서다.
 
이숙영은 간절히 바라고 희망하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청취자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파이팅’을 많이 외친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그는 ‘핑크 에너지’라는 표현으로 청취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 플라시보 효과를 믿어요. 제가 핑크 에너지를 발산하면 청취자들에게도 위안과 힐링이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죠. 제게 라디오 DJ는 천직이고, 라디오는 애인이에요. 라디오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요. 물론 언젠가 이별은 생각해야겠죠. 그래도 70살까지는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쯤 되면 실버방송이 개국하지 않을까요? 노인들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네요.(웃음)”
언제나 열정적으로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성실한 방송인. 이숙영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계속 라디오 DJ를 하고 싶고요. 교양 MC도 맡고 싶어요. 제가 알고 보면 지적인 여자랍니다.(웃음)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 다큐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대학로에서 연극도 한 적이 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정식으로 해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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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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