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 상영관 확보와 관련, 갑(甲) CGV의 횡포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돼 영화계가 시끄러웠던 가운데, CGV 측이 스크린 편성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CGV 측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CGV에서 CGV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을 개최, 영화 스크린 편성에 대한 기준을 공개했다.
무엇보다 CGV의 갑질 논란에 대해 속 시원히 해명이라도 하듯 CGV 측은 정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하는 스크린 편성 기준에 대해 설명하며 “배급사의 배급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적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등 대형 배급사의 영화만 우대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CGV 측이 밝힌 기준은 이랬다. 먼저 개봉작에 대해서는 흥행요인 및 관객조사, 시사반응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을 지표화해 흥행을 예측한다. 개봉작과 유사한 작품 3편을 선정해 내용/감독/캐스팅, 시즌 수요, 경쟁 상황, 예매 수량, 관객조사(티켓 판매기 폴, 인지도/관람의향 조사), 시사회 후 반응 등의 부문을 유사 작품과 각각 비교해 점수를 매긴다. 이를 총 계산한 평균이 개봉작의 흥행 예측 점수다.
여기서 문제는 유사 작품 선정 과정에 CGV의 주관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논란이 됐던 ‘개를 훔치는 방법’은 유사 작품으로 ‘마이 리틀 히어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등이 선정됐다. 상대적으로 흥행이 잘 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유사 작품으로 선정하면 기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CGV 측은 “물론 제작사에서는 유사 영화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데 이들을 같이 놓고 본 이유는 어린 아이들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역할을 했고 가족 영화이고 자극적이지 않은 착한 영화 중심으로 꼽은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개를 훔치는 방법’은 대략 25만 명의 사이즈로 예측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당시 경쟁상황이 좋지 않았다. 큰 작품이 쏟아지는 연말이어서 그 부분에서 ‘개를 훔치는 방법’이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유사 작품 선정이 주관적일 순 있다. 그래서 협의하는 과정에서 배급사의 의견도 듣는다. 서로 조율해서 이 영화가 잘된 A라는 영화와 비슷하다고 배급사가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이를 참고해서 유사 작품을 선정한다. 이런 과정도 배급사와 업계의 다각적 반응들을 고려해서 선정된 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CGV는 스크린 편성에 대해 기존 상영작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잘되는 기존 영화가 있다면 이는 개봉작 스크린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기존 상영작 흥행 예측은 상영 기간에 따른 흥행 패턴과 관객반응 등을 통해 관객 수요를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상영작 중 어떤 영화는 극장에서 스크린이 축소되고, 어떤 영화는 남게 되는 기준에 대해서도 CGV 측은 철저히 실적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CGV 측은 “우리는 관객이 1차적인 고객이기도 하지만 배급사들도 중요한 거래처이고 파트너이다 보니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운영하지 않으면 어렵다. 때문에 철저하게 스코어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기준을 설명한 뒤 CGV 측은 자신들의 흥행 예측이 실패한 것들, 예측보다 훨씬 성공했거나 혹은 예측에 못 미치는 흥행을 했던 사례들을 공개했다. ‘비긴 어게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미스터 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이 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CGV 측은 “이것은 우리의 예측이 정확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스크린수가 많다고 해서 관객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하다. '미스터고' 경우 스크린을 많이 편성했지만 관객들이 없었다.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는 스크린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라면서 “결국 우리는 관객의 수요를 쫓아갈 수밖에 없다. 예측은 잘못한 거고 손님이 들고 있으니 뒤늦게라도 가면 우리는 늦었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찾아본다는 믿음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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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