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인데, 이토록 설레는 분위기라니.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박유천과 신세경이 핑크빛 분위기를 연출,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자아냈다. 분명 사건을 조사 중인 두 사람인데,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참 묘한 드라마다. 연쇄 살인이 벌어지고 이와 얽혀있는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화면에 등장할 때는 스릴러처럼 가슴을 졸이게 하다가도, 한바탕 웃게 하는 코믹한 신과 달달한 장면들이 로맨틱코미디 뺨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넘나들면서 보는 맛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연출이 꽤나 영리하다,
지난 9일 방송된 4회에서는 스릴러보다는 로맨틱코미디의 성격이 도드라졌다. 최무각(박유천 분)과 오초림(신세경 분)의 속마음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것.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풋풋하고 알콩달콩했다.
이날 방송에서 초림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극단에서 쫓겨나게 된다. 개그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무각이 품평회 시간에 오지 않았기 때문. 이에 술을 마시고 만취했고, 무각에게 업혀 경찰서로 오게 된다. 술에 취한 그는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무각의 무릎에 쓰러지는데, 이 과정에서 달달한 배경음악이 깔리며 묘한 분위기가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한번 형성된 분위기는 이내 가실 줄 몰랐다. 중간에 다툼이 한차례 있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마음을 드러냈다. 조사를 위해 찾은 휘트니스 센터에서 초림은 한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기구를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스킨십이 있었고 이를 지켜본 무각은 질투하는 듯 퉁명스럽게 반응하며 경계했다.
초림 또한 무각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를 만나기 전 화장을 고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무각이 왔다는 친구의 장난에 화색을 보였다가 아니라는 사실에 민망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염미(윤진서 분)와 함께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중에 이렇게 사랑이 싹트는 장면들이 들어갈 줄이야. 놀라운 것은 전혀 이 상황이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장면들이 교차하지만 매끄럽게 연결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지금까지 이런 스타일의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
‘바코드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두 사람은 묘하게 엮여있지만, 아직은 서로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살인범의 정체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 사건은 계속 미궁으로 빠지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고, 수상한 용의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될 만큼 ‘냄새를 보는 소녀’는 더욱 다양한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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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냄새를 보는 소녀'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