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 활극'이라는 말은 언제쯤 실현될까. 한때 날라리였던 엄마가 교육의 문제점을 헤쳐나가는 통쾌 활극이라는 드라마 소개 글이 무색하게, 김희선은 매회 '맨땅에 헤딩'만 하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갑갑하기만 한 현실에 방바닥에 머리를 박고 싶어진다.
9일 방송된 MBC 수목극 '앵그리맘'에서는 거대한 권력 앞에 또한번 무너지는 강자(김희선)의 모습이 그려졌다. 강자는 상태(바로)가 스터디 그룹을 한다고 아이들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유출한 시험지를 나눠주는 장면을 목격한다. 강자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말리다 가까스로 시험지의 한 귀퉁이를 확보해 노아(지현우)에게 보여준다.
노아는 다음날 교감(김병춘)을 찾아가 시험지를 제시하며, 시험지가 유출됐으니 시험을 미뤄달라고 한다. 하지만 교감은 "시험지 한 귀퉁이는 증거가 안된다. 이건 작년 시험 문제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고, 강자는 어제 현장에 있었던 아이들을 불러놓고 조사를 하자고 한다. 현장에 있던 아이들은 물론 기출문제지를 받았을 뿐이라고 발뺌을 해 강자와 노아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또 교감은 학부모 몇몇을 모아놓고 돈주고 시험지를 파는 짓까지 서슴치 않고, 이를 알게된 노아가 교감을 비난하지만 자신 역시 아버지의 돈으로 교사직을 얻게 됐음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비리가 있음에도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강자. 그는 수찬(박근형)을 찾아가 이 모든 사실을 알리지만, 수찬은 강자 앞에서만 강자의 편인척 한다. 수찬은 오히려 더한 교육계 비리를 저지르고 있던 정치인이었던 것. 이날 수찬과 홍회장(박영규)이 만나는 것을 목격한 강자는 아연실색하며 허탈해 했다.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앵그리맘'은 그동안 교육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비리와 폭력들이 다 나열됐다. 그 속에서 주인공 강자가 느끼는 것은 "난 아무 힘이 없다"는 사실 뿐이었다. 딸 아란(김유정)을 살리겠다고 학교에 뛰어들었고, 그 속에서 작은 문제라도 바로 잡아 보려 몸부림치지만 강자에게 돌아오는 건 늘 패배 뿐이었다.
이제부터라도 강자가 뭔가 보여주길 바란다. 순진하게 비리 정치가에게 편지를 건네는 일 말고, 현실적인 그리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거대 권력에 조금이라도 승리하는 모습이 보여지길 기대한다. 보는 시청자들이 그만 허탈하게, 드라마에서만큼은 약자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게.
bonbon@osen.co.kr
'앵그리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