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B급 감성을 담은 노래와 영화들이 가요계와 극장가를 강타한 것에 이어 안방극장에도 B급 드라마와 예능이 상륙했다. ‘병맛’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고 있는 B급 콘텐츠들이 묘하게 대중들을 홀리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이제 B급 감성을 담은 콘텐츠의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B급 병맛 코드로 가득 채운 tvN 새 금요드라마 ‘초인시대’가 오늘(10일) 문을 연다. ‘초인시대’의 콘셉트는 제목 그대로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 ‘어벤져스’ 만큼 비주얼이 훈훈하고 근육질의 남자들이 초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복학생 유병재와 루저 친구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다. 초능력이란 건 히어로들에게나 해당되는 것 같지만 ‘초인시대’는 평범한 사람들, 그것도 루저들이 초능력을 가진다. 유병재의 손에서 빛이 나오고 이이경의 눈이 이상한 색깔로 변한다. 누구나 예상되는 전개를 그린 드라마들이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루저들의 초능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담은 ‘초인시대’.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초인시대’만의 B급 코미디를 기대하고 있다.
JTBC ‘나홀로 연애중’도 B급 감성을 담은 유일한 예능이다. 일본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실사판이라고도 불리는 ‘나홀로 연애중’은 남녀 연예인이 실제로 만나 가상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모니터로만 연애할 수 있는 독특한 포맷이다. 모니터 속 여자 연예인을 보고 남자 연예인들이 좋아하고 화내고 질투하는 모습들이 확실히 B급 정서로 마니아들을 형성하고 있다.
B급 감성 히트의 시작은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국내는 물론 ‘B급 화장실 유머’가 발달한 미국에도 통했다. 싸이가 어린이 놀이터에서 폼을 잡고 목욕탕에서 수영하는 등 ‘찌질한 남자’의 코믹함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관광버스 댄스파티, 한강 고수부지에서 선캡을 쓰고 운동하는 아줌마같이 보통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들이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었고 이는 곧 글로벌한 신드롬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걸그룹 크레용팝도 B급 병맛에서는 빠질 수 없는 아이돌이다. 걸그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인 섹시와 청순을 버리고 코믹함으로 승부해 큰 인기를 끌었다. 교복치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헬맷을 쓰고 노래하는 크레용팝은 싸이에 이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받응을 얻었다.
B급 감성은 극장에도 이어졌다. 영화 ‘킹스맨’은 B급 정서를 살린 스파이물로, 청소년관람불가 외화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6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뿐 아니라 배우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 주연의 영화 ‘스물’도 ‘병맛 코미디’를 추구했다. 요령 없는 서툰 스무 살들의 ‘찌질함’의 웃음 포인트로 200만 관객을 돌파,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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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JTBC,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물’ 스틸컷, ‘킹스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