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에 이순재가 돌아오며 극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채시라는 아버지의 등장으로 잊었던 꿈을 찾아가는 등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김혜자와 장미희의 앙숙 케미는 이제 전쟁 양상이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30년 만에 집에 돌아온 철희(이순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철희는 지난 30년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황으로, 조강지처 순옥(김혜자 분)과 첩 모란(장미희 분)의 미묘한 신경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철희는 가족들의 거짓말 속, 자신이 다정다감하고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그저 '고향 동생'으로 알고 있는 모란이 집안에서 받는 냉대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그를 싸고도는 모습으로 순옥을 분노하게 했다.
순옥은 '백발이 성성해도 철이 안 드는' 철희 앞에서 외롭게 살아냈던 지난 세월 켜켜이 쌓인 한이 불쑥불쑥 솟아오르기 마련이었고, 철희는 "이렇게 무서운 여자와 살았다는 게 이해 안 된다"고 말해 사랑하는 여자 모란과 살기 위해 가출했던 지난 날을 상기하게 한다.
자신의 일생을 비참하게 만든 원인제공자라고 생각하는 모란을 집으로 데려와 그와 앙숙 케미를 보이던 순옥은 철희의 등장으로 모란에게 적대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모란을 사람들 앞에 '세컨드'라고 소개하며 망신을 주던 순옥은, 그럼에도 모란을 감싸는 모습으로 이들 노년의 우정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했는데, 이제는 양보없는 러브라인 구도가 세워지며 긴장감을 안긴다.
모란 또한 30년 전 철희가 기차에서 떨어졌던 상황에 얽힌 비밀 때문에 안국동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으로, 철희의 등장으로 살얼음판이 된 안국동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관심을 끈다. 철희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 자신이 순옥과 가족에게 했던 모진 행동, 또 모란에게 받은 상처를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jykwon@osen.co.kr
'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