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일베’라 불리는 일간베스트 이미지 및 자료들이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화면에 노출되는 일들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 채널 KBS N ‘옐로우카드2’의 진행을 맡고 있는 이광용 아나운서는 10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주 '옐로우카드' 그래픽 준비 과정에서 저희 제작진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범했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잘못입니다. 진행자로서 먼저 시청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이광용 아나운서가 사과를 하게 된 것은 지난 8일 ‘옐로우카드2’ 방송에서 '바이에른 뮌헨(Bayern München)'의 로고 대신, 극우 보수 성향 사이트 ‘일베’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는 이미지를 등장시켰기 때문. 이는 일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고, 논란으로 불거졌다.
이 아나운서는 사과문에서 “이번 실수에 대한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습니다. 잘못을 확인하자마자 프로그램은 바로 내렸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앞으로는 절대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인 또 확인하겠습니다”며 “다시 한 번 '옐로우카드'를 아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옐카를 시작한 이후 가장 부끄러운 밤입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각종 프로그램에서의 ‘일베 이미지’나 ‘일베’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미 여러 번 반복돼 온 단골 사고다. 그 때마다 방송사는 “실수”라는 해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해왔지만, 이런 일들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KBS는 지난해 ‘개그콘서트’가 ‘일베’ 관련 논란으로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받은 적도 있어 공영 방송사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에 ‘개그콘서트’의 코너 '렛잇비'(이동윤 노우진 박은영 송필근)에서는 ‘일베’를 상징하는 인형 ‘베충이’가 등장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와 이동윤의 얼굴을 합성한 ‘베충이’에 많은 시청자는 불쾌감을 전했고, ‘개그콘서트’ 측은 “실수였다”고 전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킨 점 시청자 여러분들께 사과드린다. 추후에도 이런 부주의로 인한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그콘서트’는 그로부터 2달 뒤 다시 한 번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사둥이는 아빠딸’(정태호 허민 김승혜 박소영 오나미)에서 ‘김치녀’라는 ‘일베’의 여성 비하 용어를 사용했고, ‘부엉이’(박성호 이혜석 장윤석 이상구)에서는 길 안내를 받던 등산객이 소리를 지르며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모습을 그려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일베’에서 故노무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를 희화화 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록 제작진은 이후 "‘부엉이’ 코너의 내용이 ‘부엉이 바위를 연상시킨다’, ‘특정 정치성향을 표방하는 커뮤니티와 관련이 있다’ 등의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제작진의 의도와는 무관함을 밝힌다“고 해명했지만 한동안 시청자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방송 제작 환경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원성을 사는 것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SBS의 경우에는 지난해 이미지 사용 관련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 DB에 등록된 이미지만 사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알린 바 있다. SBS 뿐 아니라 그밖의 방송사 역시,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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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옐로우카드2' 방송하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