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여전히 한류 열풍의 주역이다. 그 때문인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등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K팝에 대한 공영방송사의 애정은 남다르다. K팝 한류 스타들을 주역으로 내세워 본격적으로 K팝을 알리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니 말은 다했다.
세계 각국에 한류 문화, 그것도 K팝을 알리겠다는 차원에서 KBS 2TV ‘뮤직뱅크’가 시작한 것이 월드투어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8일에도 ‘뮤직뱅크’는 하노이에서 엑소, 갓세븐, 블락비, 틴탑, 씨스타, 샤이니, 에이핑크까지 총 7팀이 참여한 9번째 월드투어를 마치고 돌아왔다. 결과는 성공적이라 알려졌다. 2만 2천여 명의 현지 팬들이 K팝 스타들을 향해 열광을 쏟아냈다는 것.
다른 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에 비해, 거대한 해외 공연을 여러 번 성공시킨 ‘뮤직뱅크’의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들에 비해 ‘뮤직뱅크’가 실제 한류 가수들과 K팝의 발전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순위 선정 방식이다. 현재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 65%, 음반판매 5%, 방송횟수 20%, 시청자 선호도 조사 10% 등의 집계로 K차트 순위를 선정한다고 밝힌다. 하지만 ‘뮤직뱅크’를 지켜보는 일부 시청자들은 실제로는 디지털 음원점수보다 팬덤에 큰 영향을 받는 음반 점수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린다고 주장하며, 항상 대중적인 인기와 큰 온도차를 보이는 ‘뮤직뱅크’의 순위 선정 방식에 불만을 표한다. 이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어 충분히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다양한 지지층을 가진 가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뮤직뱅크’가 보여주는 무대 역시 십 수 년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의견. 이는 타 음악 프로그램도 비슷한 상황으로, 음악 프로그램 자체가 비슷비슷한 무대 구성과 아이돌 위주의 섭외 등이 반복돼 특정 가수의 팬이 아니고서야 굳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또 음악의 소비 방식이 달라져, 언제 어디에서나 음악을 접하고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요즘, 음악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평범하고 ‘뻔한’ 무대의 가치는 점점 더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류 알리기에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뮤직뱅크’는 한층 평범하고 보수적인 무대를 보여주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류 공연 문화의 발전이나 음악적 다양성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출연진, 무대 연출 방식 등까지 언제나 새로운 시도나 실험이 필요할 법도 한데, ‘뮤직뱅크’가 K팝을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은 한류 콘서트 기획과 티켓 판매가 전부다.
‘뮤직뱅크’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것은 초라한 시청률 성적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3일 방송분이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2.4%를 기록 했으며 3월 27일 2.0%, 20일 1.9%, 13일 2.0%, 6일 1.9% 등의 시청률 추이를 보였다. 이는 전반적으로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아쉬운 성적.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진작 ‘폐지설’에 휩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 한류 전파의 첨병이 기대만큼의 몫을 해낼 날이 올까.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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