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서장훈이 ‘마녀사냥’을 만나니 이렇게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입에 모터를 달았다. 어쩜 이렇게 맛깔나게 말할 수 있는지 방송 100분 내내 넋을 놓고 보게 만들 정도다.
지난 10일 방송된 JTBC ‘마녀사냥’에는 요즘 예능대세 서장훈이 게스트로 출연해 1부부터 MC들과 함께 했다. 서장훈은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MC 못지않은 역할을 해줬다. 그간 많은 게스트들이 활약했지만 서장훈은 특히 더욱 그러했다. 모든 사연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마녀사냥’이 방송한지 거의 2년이 되가는 가운데 성시경이 “지금까지 게스트들 중 ‘마녀사냥’에 가장 적합하다”고 표현했으니 말 다했다. 서장훈의 생각과 다른 시청자들도 있을 테지만 그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묘하게 설득된다. 서장훈은 사연을 듣고는 특유의 시니컬한 태도로 사연을 보낸 시청자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하거나 냉정하게 조언해 주는 등 현실적인 얘기들로 귀를 사로잡았다.
서장훈은 ‘그린라이트를 켜줘’ 코너가 시작되기 전 “이런 얘기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되는데 그린라이트 사연들 보면 막 안타깝다”며 “듣다 보면 ‘저거 아닌데’, ‘그러지 마요'’막 그러고 싶다. 사연 보내지도 말라고 하고 싶다. 왜냐하면 젊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아닌 경우가 많지 않냐”고 말했다.
본격적인 그린 라이트 사연에서 서장훈은 다양한 시각의 얘기들을 풀어놓았다. 37살의 여성이 자신에게 호감 같은 장난을 치는 후배에 대한 사연을 듣고는 마치 멘토 같은 조언을 했다. 마치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생각날 때마다 봐야 할 것 같은 말이었다. “이 남자가 하는 퍼포먼스를 본인이 해라. 37살 나이 신경 쓰지 말고 해라. 창피한거 생각하지 말고 들이대고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다른 사람한테 들이대라”라고 말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또한 친동생 같다고 하면서 연인 같이 데이트도 하고 휴가에서 복귀한 뒤 25번 연속 예약문자를 보낸 남자에 대해 고민하는 여자의 사연을 듣고는 그린 라이트를 켜지 않다가 사연을 보낸 여자의 나이가 20살인 걸 알고는 그린 라이트를 켰다. 서장훈은 “여자분이 아직 어려서 남자가 연애얘기 하는 것이 쑥스러운 것 같다. 예약문자 같은 건 형동생 사이라면 절대 안하는 거다. 이 남자의 행위 자체가 순수하다. 낭만적인 사람이다”고 말하자 MC들이 서장훈과 같이 그린 라이트를 켰다.
이뿐 아니라 2부 ‘그린 라이트를 꺼줘’에서도 서장훈의 활약은 대단했다. 역시 많은 경험이 있는 만큼 남녀사이를 보는 시각이 남달랐다. 결혼을 약속한 돌싱남 남자친구가 전부인과 연락하는 것이 고민인 여자, 관계시 여자의 교성을 자신의 친구에게 말하고 놀리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인 여자, 잠자리만 하겠다고 하는 남자친구의 여자 사연을 듣고는 첫 번째 사연의 여자에게 헤어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른 패널들, MC들과는 다른 의견이었다.
서장훈은 “1번을 고수하는 이유는 나머지 2, 3번은 우리가 큰 삶으로 봤을 때 별로 무게감 있는 얘기는 아니다. 장난도 한계가 있는 거고 비정상적인 관계 역시 오래 갈 수 없는 노릇이다. 1번은 결혼에 관한 얘기고 큰 무게로 다가올 수 있는 얘기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다른 문제들로 연결된다”고 말했고 결국 성시경은 서장훈의 얘기를 듣고는 “이상하게 끌린다”며 바꿨다. 홍석천도 성시경을 따라 의견을 바꿨다.
방송 말미 서장훈은 “그동안 내가 게스트로 나간 프로그램들 중에 가장 편안했던 방송이다”고 말하자 신동엽은 “되게 매력적이다”, 허지웅은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반응을 보였을 만큼 서장훈에게 푹 빠져있었다. 이쯤 되면 서장훈이 ‘마녀사냥’의 고정MC로 합류한다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확실히 새로운 시각으로 사연을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서장훈, ‘마녀사냥’ MC로 합류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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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마녀사냥’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