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뱅크'측 "기사 도와주면 인터뷰 기회 주겠다" 파문[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4.11 07: 54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최근 KBS 출입기자로부터 황당한 문자 내용을 전달받았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문자 전문을 게재하면 아래와 같다.
'편히 쉬시는데 진심 죄송과 양해를 구합니다. 단도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메일로 뮤뱅 하노이 관련 큐시트, 공연장&가수 사진, 김호상 부장님 소감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기사로 도와주시는 분 중 한 분의 기자분께 뮤뱅 출연 가수 인터뷰와 제작진 인터뷰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더 큰 걸로 부탁드리고 싶었으나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그럼 꼭 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BS 홍보실의 홍보직원이 출입기자들에게 뿌린 문자 내용이라는 게 도저히 실감나지 않았다. 기자들을 상대로 해서 '대가'(가수와 제작진 인터뷰)를 빌미로 '청탁'(기사로 도와주시는 분)을 했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어떤 기준으로인지 '한 분의 기자분께...'라고 많은 대상자 가운데 일부 선발을 암시했다. 더 큰 걸로 부탁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는 건 또 무슨 얘기일까?

다수의 기자들에게 문자와 메일을 발송했으니 사적인 부탁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정녕 보도기능을 가진 공영방송 KBS 홍보실의 언론관이 이런 식이란 말인가, 숨이 막힐 정도였다.
담당기자가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 보도자료 자체를 다루지 않겠다"는 의견을 냈고 주저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당장 가수 인터뷰를 못한다고 해서 고개 숙였다가는 나중에 한층 더 심한 강도로 길들이기에 나설 게 분명했다.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가 나오기를 바라는 게 홍보 담당의 할 일이겠지만 이번 KBS '뮤직뱅크' 관련, 보도자료 청탁은 넘지말아야 할 선을 한참 지나갔다.
올해 기자 생활 26년째로 접어든다. 1990년대 초반 서울신문 사회부 경찰기자로 영등포경찰서에 출입하던 시절, KBS 보도국의 한 선배가 기자실 간사로 있었다. 괄괄한 성격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언론을 속박하는 온갖 규제와 회유에 당당히 맞서던 분으로 기억한다. 그 선배가 자신의 회사인 KBS 홍보실에서 젊은 기자들에게 이런 식의 보도자료 압박을 가한 걸 알았으면 과연 어땠을까.
미국 백악관 기자실이 말 잘 듣는 언론사 기자들만 골라서 들이고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가 나오도록 공개적으로 길들였다는 얘기를 아직 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유신시대와 군사정권을 거치며 당근 또는 채찍에 길들여진 언론의 폐해를 신물나도록 겪었다.
그런 악습의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KBS 홍보실이 흉내냈다는 건 정말 걱정스런 일이다. 어떤 연유로 이런 대가와 청탁의 냄새가 진동하는 보도 압박성 문자와 메일이 나왔는지, KBS는 반드시 사내 차원의 진상 파악에 나서야될 일이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뮤뱅' 로고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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