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이순신, 이순신 하는 것인가 보다. 등장하는 순간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든다. 이순신이라는 묵직한 배역과 그에 걸맞은 캐스팅은 한 순간에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며 보는 이들을 주목하게 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징비록'(극본 정현수 정지연 연출 김상휘 김영조)에서는 드디어 극에서 첫 등장한 이순신(김석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순신이 등장한 것은 약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대사 역시 “지금부터 우리가 지킬 구역은 조선의 바다, 하나뿐이다, 전군 출정준비하라”는 단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가 발휘한 카리스마와 흡인력은 이 드라마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돋보였다. 배우도 배우지만, 이순신 장군이라는 이름이 가진 그 무게감이 엄청나 잠시 주인공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사실 서애 류성룡의 정치 인생을 그리는 이 드라마에서 이순신의 분량은 계획상으로 다소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실리를 추구한 정치가의 정치 인생을 그리기 위해서는 임금 선조(김태우 분)를 비롯한 조정 대신들의 캐릭터가 중요했고, 외부에서 일어나는 전쟁 신보다는 신하들 간의 정쟁을 그려내는 게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이순신 배역은 한참동안이나 캐스팅이 미뤄져왔고, 초반에는 목소리 출연이나 단역 등으로 끝낼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임진왜란에서 류성룡과 함께 큰 활약을 보여준 이가 이순신이고, 이순신과 류성룡의 관계가 긴밀했던 만큼 적절한 캐스팅이 필요했다. 결국 이순신은 배우 김석훈에게 돌아갔고, 그는 첫 등장에서부터 김명민, 최민식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이순신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게 이 역할을 소화했다.
아무리 주인공보다는 비중이 낮은, 작은 배역이라지만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하는 이순신의 등장은 제2막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처럼 주목도가 높은 배역을 안정감 있게 소화한 김석훈의 연기력은 단연 합격점을 줄만했고, 앞으로의 활약을 더 기대케했다.
한편 '징비록'은 임진왜란 시기를 겪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혁신 리더 류성룡(김상중 분)이 국가 위기관리 노하우와 실리 위주의 국정 철학을 집대성해 미리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 환란을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후세에 전하고자 집필한 동명의 저서를 바탕으로 만든 대하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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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