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 아빠는 울보였다. 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뻔해 보이는 표현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게 그의 진짜 속마음. 최근에도 (비록 술을 먹은 상태였지만) 딸 때문에 마음이 아파 대성통곡을 했다는 배우 조재현은 무심해 보여도 차마 미워할 수는 없는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조재현의 딸 혜정은 11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서 “아빠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며 자신에게 일상에서 관심을 표현하는 아빠 조재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도 아빠와 딸은 다소 어색한 상태에서 함께했다. 아빠는 늘 그러하듯 일어나자마자 특유의 눈빛을 쏘아대며 과묵하게 아침 식사를 기다렸고, 딸은 그런 아빠의 눈치를 보며 별말 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있었다. 침묵을 깬 것은 아빠. “밥 먹을 때는 휴대폰 아웃이다”는, 퉁명스러운 첫마디였지만 아빠가 먼저 말을 걸어 준 게 좋은 딸은 마냥 미소를 지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함께 TV 앞에 앉은 아빠와 딸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침 TV에서는 두 사람이 즐겨보는 SBS 'K팝스타‘가 방송되고 있었고, 이를 보고 있던 조재현은 자식 때문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는 한 아빠의 모습에 대해 “아빠는 울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혜정이었다. 혜정은 “아빠는 나 유학 갈 때 울었다며”라며 “백미러로 다 보였어”라고 중학교 1학년 때 자신을 외국으로 보내며 눈물을 흘렸던 아빠의 모습을 기억했다. 아빠는 속마음을 들킨 듯 당황했고, 엉뚱한 소리만을 되풀이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혜정은 “아빠가 미운 시절이었는데 아빠가 나 간다니까, 눈물이 나네? 눈물은 마음의 피인데, 그 장면이 내 머릿속에 충격으로 남아있다. 잊을 수 없는 아빠의 모습이다”라고 회상했다.
딸의 말을 가만히 듣던 스튜디오의 아빠는 “두 달 전에도 울었다”며 “술을 먹고 혜정이 방에 들어갔는데 (안 좋은 일이 있는지) 가만히 있더라.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니까 울더라. 그러니 내가 눈물이 죽 떨어지더라. 이거 안 보여주려고, 안방에서 대성통곡했다”고 최근 있었던 딸과의 일과를 공개했다. “내가 그런 아빠다, 사실, 그 때 찍었어야하는데”라고 너스레를 떨긴 했지만 조재현이 딸에 대한 진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랄 수 있었기에 눈길을 끌었다.
이런 울보 아빠가 그간 딸의 애정공세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뻔한 반응을 하는 것이 진실 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재현은 구멍 난 자신의 티셔츠를 보고, 하루 종일 브이넥 티셔츠를 찾아다니며 이를 구입해 선물한 딸의 티셔츠 선물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혜정은 “왜 감동을 안 받느냐”고 섭섭해 했다. 끝내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조재현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반응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 반응을 한 것이)약간 미안하더라”고 말문을 연 그는 “나는 그런 게 별로 안 좋다. A는 B로, C는 D로 반응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다. 연기도 그런 연기는 별로 안 친다. 예를 들어 한 일주일 뒤에 ‘그거 진짜 좋던데’ 이런 얘기는 진짜 마음에 우러나온 얘기다. 그런데 즉각적으로 주고받고는 나랑 맞지 않는다”고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또 “(그래도) 아까는 좀 더 미안했다. 자기는 준비를 했는데 별 반응이 없으니까 (섭섭했을 것이다). 조금 미안했다”고 딸이 마음을 헤아리기도 했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다정함을 찾아볼 수 없는 아빠지만 딸의 마음에 반응하는 아빠의 모습은 더욱 더 그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봉인이 해제된 듯 조금씩 딸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는 아빠 조재현의 색다른 면모가 앞으로 보일 변화에 대해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편 '아빠를 부탁해'는 아빠와 딸의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리는 리얼 부녀 버라이어티다. 이경규-예림, 조재현-혜정, 조민기-윤경, 강석우-다은 부녀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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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