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호기심 많은 이라면 한 번 쯤 해봤을 놀이가 있다. 이른바 귀신을 불러낸다는 분신사바다. 혼령에게 답을 구하는 것으로,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위자(Ouija)가 있다. 14세기 프랑스에서 집시 계통 유목민들이 영혼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던 일종의 놀이에서 비롯됐다. 현재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에서 위자보드를 제조하고 있다.
영화 '위자'(감독 스타일스 화이트, 수입 UPI코리아)는 제목 그대로 서양판 분신사바인 위자를 소재로 한다. 영화는 어린 소녀 두 명이 위자 게임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 레인(올리비아 쿡)과 데비는 훗날 죽마고우가 되는데, 데비는 위자게임을 두 명 이상 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고 죽음에 이른다. 레인은 위자게임을 통해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려 하고,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비밀에 접근한다.
전반적으로 최근 공포영화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간다. 피를 포함해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사운드나 일상적인 공간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성한다. 부모님이 없는 조용한 집에 홀로 남아 있을 때, 혹은 인적이 드문 굴다리를 지나갈 때, 치실을 이용해 치아를 관리할 때 공포의 존재가 인물들을 급습한다. 어느새 바닥에 슬쩍 드리워진 의문의 그림자에 깜짝 놀라게 된다.
제작진 면면도 화려하다. 떠오르는 신예 올리비아 쿡이 주연을 맡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으로 참여했다. '부기맨'(2005), '노잉'(2009), '포제션:악령의 상자'(2012) 등의 각본을 맡은 스타일스 화이트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북미에서 지난해 할로윈 시즌 개봉해 개봉 하루 만에 제작비 전액을 회수하고,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집에는 왜 항상 안타까운 팔자를 지닌 이전 주인들이 살았던 것일까. 위자는 초반부 흥미를 끄는 소재에 머물 뿐, 실질적으로는 레인과 그의 친구들, 데비의 집에 살고 있는 혼령들이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레인과 그의 개성 없는 친구들, 심지어 혼령들까지 예상 가능한 설정을 갖고 있어 누구하나 매력적이지 못하다. 반전은 있지만, 강렬하지 못하다.
물론 공포영화의 본질은 완성도나 개연성 보다 무섭냐, 무섭지 않느냐다. 소재 자체는 흥미롭지만, 이를 '무섭게' 풀어냈는지는 관객의 판단이 필요할 듯 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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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