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악연이 선남선녀의 앞길을 또 막고 있다. 풋풋하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이 겪어야할 난관이 이번에도 집안끼리 꼬인 관계라니. 작가의 상상력 부재가 안타깝다.
12일 방송된 KBS 주말극 '파랑새의 집'에서는 은수(채수빈)에게 진지하게 관계를 시작해보자고 고백하는 현도(이상엽)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동안 여러가지 우연으로 은수를 알게된 현도는 자신도 모르게 은수에게 빠지고, 장난처럼 접근한다. 은수는 그냥 돈 많고 가벼운 남자가 매일 찾아오고, 쫓아다니니 재미삼아 장난도 쳐주고 받아준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알고 보니 자신의 오빠 지완(이준혁)이 다니는 회사의 사주의 아들이었고, 집안끼리 알고 지내는 태수(천호진)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은수는 그동안 현도가 자신을 속여왔다는 사실에 섭섭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든다.
현도는 계속해서 자신의 연락을 피하는 은수를 직접 찾아오고, 출근길에 같이 버스를 타고 은수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은수는 "화난 것 아니다. 어차피 당신과 나는 무슨 사이도 아니지 않느냐. 그냥 당신은 오빠 친구일뿐이다"고 냉랭하게 말한다.
이에 발끈한 현도는 "나는 그냥 친구 동생을 쫓아다니는 행동은 안한다"고 말했고, 은수는 "그럼 내가 매달 바뀌는 당신의 여자친구 후보 중 한 사람이냐"고 답했다. 현도는 "여자친구도 한번 싫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나도 모르겠다. 무슨 사이인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만나면서 알아보자"고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다. 이에 은수도 마음이 풀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때, 한편으로는 태수와 선희(최명길)의 과거 악연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었다. 태수는 자신의 과거 악행이 담긴 자료가 혹시 선희네 집에 있을까 노심초사하다가, 진이(정재순)로부터 과거 태후산업에 관한 자료는 다 없어졌다는 말에 안심한다. 하지만 지완이 태후산업의 장부를 가지고 있는 모습에 충격과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태수와 선희의 악연이 현도와 은수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남녀가 해피엔딩을 맞기 위해서는 난관을 거쳐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원인이 집안의 과거 악연때문이라는 설정은 너무 뻔하다. 많은 드라마에서 이미 많이 써먹었던 설정이다. 특별할 것 없는 가족드라마에 디테일한 설정마저 뻔하다면 이 드라마를 굳이 찾아 볼 이유가 있을까.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가 없다고 너무 안일하게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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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