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징비록' 김태우, 인재관리의 실패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4.13 06: 51

인사가 만사다.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리더는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KBS 1TV 대하드라마 '징비록'(극본 정형수, 연출 김상휘) 속 선조(김태우)를 좋은 상사로 보기 어렵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근시안적이다. 난세에서 더욱 빛나는 것이 리더의 자질이지만, 선조에겐 요원한 길이었다. 역사적 사실로 이미 알려진 부분이었으나, 배우 김태우의 섬세한 연기로 선조 캐릭터에 '답답함'이 더해졌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징비록' 18회에서 선조(김태우)는 또 답답한 행동을 했다. 그는 도원수의 말만 듣고 유능한 부원수 신각(박경환)을 오해했다. 도원수는 신각에 대해 "지휘를 받아야함에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주상 전하의 명임을 알렸으나 왜군을 피해 숨어만 있다"고 거짓 보고했고, 선조는 도원수의 상황에 감정 몰입한 듯 분노했다.

이항복(최철호)이 신각의 올곧은 성품을 언급하며 "도원수의 명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신각이 따로 행동했다"고 두둔했지만, 소용없었다. 선조는 신각을 당장 처형해야 한다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이항복은 선조의 엉뚱한 고집에 대해 류성룡(김상중)에게 보고했고, 류성룡은 깜짝 놀라 선조를 막고자 했다.
이때 선조와 류성룡은 신각이 보낸 첫 승전보를 접했다. 선조는 당황했고, 류성룡은 탄식했다. 상황을 되돌리기엔 시간이 없었다. 선조는 어서 명령을 거둬드리라고 했지만, 그 사이 신각은 부하들의 반발에도 묵묵히 명을 받아들었다. 선조의 짧은 생각에 용맹하고 뛰어난 조선의 장수는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이날 '징비록'은 리더의 어리석음이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말해 줬다. 선조의 답답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파천을 당했음에도 사사건건 자신에게 직언을 하는 류성룡을 경계했으며, 아들 광해군(노영학)의 지혜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대신들 대신 부화뇌동하는 이들을 곁에 뒀다.
역사가 말해주듯, 조만간 펼쳐질 이순신(김석훈)과 관련 에피소드는 신각의 것 이상으로 시청자들의 복장을 터지게 할 전망이다. 선조에게 매번 단호한 말투로 옳은 말을 하는 류성룡이 주는 속시원함도 소용이 없을 터. 그 시대의 통탄이 오늘날과 겹쳐지며 안타까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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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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