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배우가 돌아왔다. 한동안 '차줌마'라는 별명의 예능인으로 살아왔던 차승원. 역시 그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최고의 사랑' 이후 3년만에 안방을 찾은 그의 연기는 휠씬 더 풍부해져 있었다.
13일 MBC 월화드라마 '화정'이 첫방송 됐다. 차승원은 극 중 비운의 세자 광해군을 맡았다. '화정'은 첫회부터 선조(박영규)와 광해군(차승원)의 극한 대립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임진왜란 10년 후, 궁을 지켰던 광해군은 백성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궁을 나와 제 살 궁리를 했던 선조는 그런 광해군을 질투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광해군은 적자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명으로부터 세자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선조는 그런 아들의 약점을 이용해 세자를 폐할 궁리만 했다. 이날 역시 광해군의 불안한 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옹주와 왕자들은 중전(신은정)의 적자 영창대군(전진서)에게 안부 인사를 올리면서도 광해군에게는 인사를 가는 이가 드물었고, 광해군의 친형 임해군(최종환)은 그런 모습에 분노했다.
그러나 광해군은 온화한 성품을 드러내며 그런 임해군을 위로했고, 선조가 자신을 폐하려 한다는 이야기에도 오히려 선조에게 무릎을 꿇으며 자신이 더 열심히 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광해군은 선조의 건강이 위태로워지자, 그간의 설움을 폭발시켰다. 가슴을 부여잡고 힘들어하는 선조가 물을 원하자, 광해군은 물을 주지 않으며 "당신이 나를 미워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왜냐면 나는 당신처럼 무능한 왕이 아니니까. 나는 당신과 왕은 되지 않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날 차승원은 광해군의 두 가지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극 초반 광해군은 자신에게 위협되는 형제들마저 품고, 성정이 급한 선조 앞에서는 착한 아들로 순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광해군이 마지막 순간 아버지에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이 신에서 차승원은 원망과 야망이 함께 드러나는 복잡한 감정들을 눈빛과 얼굴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앞 선 장면에서 보여준 온화한 광해군을 잊게 만들었다.
첫회부터 '대박' 냄새를 풍기며 시청자들에게 기대를 안긴 '화정'. 차배우의 연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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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