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보지 못한 색(色)다른 걸그룹이 나타났다.
'디아크(THEARK)'. 강인하면서도 섬세하고 독립적인 성향을 갖춘 뉴 아이콘이 되자는 뜻을 지녔다. 이미 대중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전민주, 유나킴 외에도 한라, 정유진, 천재인 등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된 새로운 걸그룹. 4월 가요계에 야심차게 출격을 알린 이들은 시작부터 남다르다.
지난 12일 SBS '인기가요'에서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인 데뷔 무대를 가진 디아크는 '인트로'와 타이틀곡 '빛'을 통해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SWAG"를 읊조리는 강렬한 힙합 카리스마, 블랙&화이트의 깔끔한 조화가 돋보이는 의상 속 희망을 이야기하는 푸릇함. 단, 살랑살랑한 미니스커트가 아닌 슈트 바지를 입은 소녀들이다.
단순히 섹시나 청순 콘셉트로 부를 수 없다. '멀티 컬러'를 지향하는 그룹인 만큼,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디아크의 목표이자 각오다. 당초 유나킴, 전민주 그룹으로 알려졌던 이들이지만 멤버 각양 각색 매력이 가득하다. 데뷔 소감을 묻자 "부담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훨씬 크다"라며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
'빛'은 서정적인 기타 리프에 힙합 사운드가 가미된 컨템포러리 알앤비 장르의 곡. 듣기 편하고 후렴구가 사랑스럽다. 가사 역시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오직 자신밖에 모르고 혼자가 익숙했던 사람이 남을 위해 사는 삶에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내용으로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남녀 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등 많은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누구나 공감하기 쉽다.
데뷔곡이 대중성과 음악성 둘 다를 잡기가 쉽지 않은데, 디아크의 노래는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처음 '빛'을 들었을 때 '아, 우리 노래다'란 생각이 들었냐고 묻자 모두들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킴은 "원래 준비하던 게 이 노래가 아니였는데 듣고 너무 좋았어요!"라며 '빛'이 운명처럼 자신들을 만났음을 이야기했다. '빛'을 부르며 무대에서 가장 신경쓰는 게 뭔지 묻자 막내 재인에게서 "표정 연기"라는 (의외의) 대답이 나와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데뷔 전부터 커버 영상을 통해 '칼군무'로 유명했던 디아크이기 때문이다.
멤버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서로 닮은 듯 다른 이 개성 가득한 소녀들이 어떻게 디아크의 정체성을 만들어갈까.
리더 전민주는 SBS 'K팝스타'에서 재능과 끼를 인정받았던 멤버. 무려 8년 연습생 시간을 거쳐 데뷔를 하게 됐다. 오랜 연습생 시절을 거친 만큼, 그리고 리더인 만큼 여리여리한 겉모습과는 달리 우직하고 침착하다. 이후 'K팝스타'를 자주 봤냐고 묻자 "TV 자체를 잘 안 본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휴식은 춤이라고. 멤버들이 "언니는 스트레스를 땀복 입고 춤추는 것으로 푼다"라고 폭로(?)했다. 실제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강점이다. 그러나 디아크 중 애교가 많은 '유일한' 멤버이기도 하다.
유나킴은 이미 그 뛰어난 랩 실력으로 알려져 있다. 타이거 JK와 윤미래와 함께 한 프로젝트는 그가 주목할 만한 차세대 여성 래퍼임을 증명했다. 유나킴의 경우는 특히 데뷔가 남다를 듯 했다. 과거 한 차례 YG 연습생으로 있었다가 가수 자체를 접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유나킴은 지난 2013년 YG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있다가 학업 등 개인 사유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에서 곧 대학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글로 팬들에게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서 약학 공부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지금 회사 대표님을 만나 설득당했죠. (공부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나요?) 디아크에 들어온 이후 후회는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환히 웃는 모습에서 긍정의 이미지가 가득한 유나킴은 이렇게 2년여간의 연습생 기간을 마치고 디아크로 데뷔했다. 그룹에서 랩, 예능을 맡고 있단다.
청순한 긴 생머리의 한라는 여배우 포스를 뽐낸다. '빛' 뮤직비디오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 배우 조민수와 모녀지간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 냈다. 연기에도 관심이 많단다. 실제로 무대 위 표정연기가 가장 뛰어난 멤버로 꼽혔다. 막내 재인은 "언니의 (표정연기를)따라해려 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다"라며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분위기에서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여자 여자'한 말랑말랑한 것 보다 칼군무에 열광하고 파워풀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무대를 좋아한단다. 한 마디로 반전 매력이다.
정유진은 실력파 계보를 이을 멤버로 기대를 받고 있다. 디아크에서 메인보컬을 담당하는데, 걸그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루브하고 소울풀한 짙은 음색이 특징이다. 가장 나중에 합류해 디아크를 완성한 멤버이기도 하다. 디아크 자체가 보컬을 섭외하는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 보컬리스트라면 꿈꿀 만한 음악프로그램, MBC '복면가왕'이나 KBS 2TV'불후의 명곡' 이야기를 꺼내자 "기회가 된다면 너무 나가고 싶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막내 천재인은 랩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소화하는 '끼돌이'다. 까만 눈동자와 개구진 표정에서부터 그 내면에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 잠재력이 궁금해지는 멤버다. 하나의 독특한 이력을 지녔는데 엠넷 '보이스코리아키즈'에 출연해 어린 나이임에도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그 때보다는 아무래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성숙해졌다고.
성대모사를 잘 하는데, 그 자리에서만 잘 해 멤버들이 '일회용'이라고 놀렸다. "음악방송에서는 카메라 3대만 있는 줄 알고 그렇게 연습했는데, 막상 가니 엄청 많더라고요.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몰라서 정신이 없었어요"라는 재인에게 옆에 있던 매니저가 "엄청 많은 게 아니라, 몇몇 카메라가 움직이는 거야"라고 설명하자 "아 그런거에요?"라며 놀란 표정을 짓는 모습이 해맑다. 멤버들은 "확실히 막내때문에 힘을 받는 게 있다"라며 막내로 인해 더욱 에너지틱한 그룹이 된다고 전했다.
그래도 걸그룹인데 러블리하고 말그대로 '소녀 소녀'한 콘셉트를 하고 싶지 않냐고 물으니 "아무래도 여자들이니 무대 아래 내려와서는 저희끼리 그런 춤을 춰 보기도 해요"라는 대답을 들려줘 웃음을 자아냈다. 엑소, 방탄소년단 같은 남자그룹의 칼그룹 안무와 그 표정 연기를 연습해오며 다져진 그들이라 확실히 '예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오글거리는 모양이다.
섹시, 청순을 넘어 '다음 모습'이 기대되는 그룹, 이 다음 콘셉트가 쉽게 예측되지 않는 그룹이 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란다. 롤모델을 묻자 '신화'를 꼽았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함께 하는 모습이 좋고,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무대 아래서는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이 진정한 프로페셔널한 모습 같아 보기 좋단다. 가요계에 새로운 빛이 되려는 이들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1위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달성하고 싶고 해야 하는 공동의 목표죠."(전민주)
"'빛'의 가사처럼 정말 듣는 분들에게 희망과 좋은 기운을 드리고 싶어요. 노래 들으시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유나킴)
"첫 무대 후 반응이 너무 좋아 감사했습니다. 이 반응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에요. 실망시키지 않는 그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한라)
"'걸그룹 노래를 듣고 소름 돋기는 처음'이란 댓글을 보고 감동받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정유진)
"숙소에 TV가 없는데 나중에 큰 벽면TV를 걸어놓고 저희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아직 막내로서 언니들의 왼팔인데 오른팔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천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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