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의 프로페셔널은 급이 다르다. 예능 프로그램과 각종 광고에서 종횡무진 하다가도, 본업인 연기로 돌아오면 눈빛이나 이미지가 180도 바뀐다. 이것이 그의 저력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는 광해(차승원 분)이 선조(박영규 분)이 죽은 뒤 왕위에 오르지만, 계속되는 역모들에 결국 울부짖는 비운의 모습을 열연했다. 이는 드라마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보는 이들을 연기에 취하게 만드는 호연이기도 했다.
차승원은 왕위에 오르지만 여전히 불안한 광해에 완벽하게 빙의했다. 친형인 최종환(임해 역)의 역모를 발각했고, 형제애와 권력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했다. 결국 최종환은 세자 자리에 대한 자신의 욕심을 드러냈고, 차승원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서글픈 모습을 보였다.
이날 차승원은 백성을 생각하는 성군에서, 야망을 품고 왕위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드러냈다. 이후 최종환의 역심을 믿지 않다가도, 이같은 마음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고 깊은 숨을 토해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였다.차승원은 마음 안에서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숨,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더불어 '화정'의 숨가쁜 스토리와 궁중 암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극본 역시 배우의 연기를 뒷받침 해줬다. 탄탄한 대본과 영화를 연상케하는 연출은 드라마에 모자란 부분이 없이 틈새를 채웠다. 감정에 맞게 긴장감을 높이는 배경 음악이라든지, 요동치는 감정과 일맥상통하는 눈발 등의 연출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배우들의 호연과 제작진의 연출은 방송되는 내내 높은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화정' 초반에는 차승원이 극의 중심에 서서 이끌어나가게 되는데, 그의 호연은 '화정'에 빠져들게 할 가장 큰 요인이자 무기다.
'화정'은 방송 2회만에 월화극 1위에 올라서며 돌풍을 예고한 상황. 50부작인 '화정'이 초반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평일 10시대 드라마 중 오랜만에 20%를 넘볼 수 있을 가능성도 높다.
한편,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을 통해 인간이 가진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질투를 그린 대하사극. ‘환상의 커플‘, ‘내 마음이 들리니’, ‘아랑사또전’으로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상호 PD와 ‘마의’, ‘동이’, ‘이산’ 등을 통해 MBC 사극을 이끌어온 김이영 작가가 전통의 드라마 제작사 김종학 프로덕션과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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