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이른 것이다.” 포드코리아가 이런 격언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단 차가 70%나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금까지 포드 브랜드의 대표주자가 SUV ‘익스플로러’나 세단 ‘토러스’였다면 2015년 4월을 기점으로 달라진다. 디젤 엔진을 단 중형세단 ‘몬데오’를 전략적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뉴 몬데오’ 디젤의 미디어 시승행사가 있었던 16일 파주 헤이리, 포드코리아 노선희 이사는 “포드 유럽의 디젤 라인업을 적극 활용해 디젤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략에 따라 포드코리아는 올 하반기에 준중형 SUV인 ‘이스케이프’의 디젤 모델인 ‘뉴 쿠가’를 들여오고 ‘포커스’ 디젤도 부분 변경 모델이 새로 출시 될 계획이다.
몬데오의 디젤 모델이 처음 수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2015년 4월의 몬데오는 그 역할이 종전과는 다르다. “포드의 대표 모델이 되어달라”는 특명을 받고 한국 자동차 시장을 파고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몬데오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익숙한 ‘퓨전’의 유럽형 이름이다. 포드는 미국시장을 겨냥한 가솔린 모델에는 ‘퓨전’이라는 이름을, 유럽 시장을 겨냥한 디젤 모델에는 ‘몬데오’라는 이름을 붙여 투 트랙 전략을 펼쳐오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원 포드(One Ford)’ 전략에 따라 두 모델을 통합시켰다. 이후 ‘퓨전’과 ‘몬데오’는 엔진만 빼고 기본적으로 같은 차가 됐다.
국내 시장에는 가솔린 모델인 ‘퓨전’이 더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코리아가 ‘몬데오’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은 ‘유럽형’과 ‘디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1993년 첫 선을 보인 ‘몬데오’는 22년 동안 전세계에서 450만 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이번에 들여오는 ‘올뉴 몬데오’는 작년 말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4세대 모델이다. 생산지도 미국이 아닌 스페인이다. 스페인의 발렌시아 공장에서 생산 돼 유럽 시장을 겨냥하는 모델이다.
▲ 미국차에 접목 된 유럽차의 DNA
파주 헤이리에서 자유로, 당동IC, 37번국도를 타고 연천군 ‘조선왕가호텔’을 돌아오는 왕복 130km 시승코스에서 만나본 ‘몬데오’는 미국차 특유의 힘과 부드러운 승차감, 여기에 유럽차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겸비한 차였다.
하체와 파워트레인이 대폭 개선 돼 출시 된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스펜션은 미국차의 부드러운 특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유럽 디젤 차량의 빈틈없는 퍼포먼스는 매우 안정적인 응답성을 보여줬다. 국산 가솔린 차량에 익숙했던 운전자들도 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디젤 세단이었다.
세계적인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대응한 싱글 터보 차저 2.0L TDCi 디젤 엔진은 실용구간에서는 여유 있고 정직한 유럽형 디젤 차량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초고속 주행에서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지만 패밀리 세단이라는 정체성을 감안하면 부족함이 없었다.
디자인은 완전히 새롭게 적용 된 차이기는 하지만 부분부분 낯설지는 않다. 전면부는 애스톤마틴이나 신형 제네시스가 언뜻 연상 되고 측면부는 BMW의 라인이 떠오른다. 전반적으로 외관 디자인은 세련 되게 정제 돼 있다.
실내 디자인은 한마디로 ‘실용주의’다. 복잡한 버튼도 없고 꼭 필요한 것들만 제 위치에 있다. 계기반에는 운전에 꼭 필요한 정보들이 빼곡히 표시 돼 있다. 속도계의 숫자가 너무 작게 표시 돼 한 눈에 안 들어온다는 불평도 나올만하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특별히 ‘올뉴 몬데오’의 헤드램프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시승행사가 낮에 열린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500개의 LED전구가 조합 돼 상하좌우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시선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 ‘패밀리카’ 안전 또 안전
‘올뉴 몬데오’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강점은 ‘안전’이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임무에 걸맞게 운전자와 뒷좌석 동승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들이 장착 돼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포드만의 기술’이라고 자랑하는 뒷좌석 팽창형 안전벨트(Inflatable Rear Seat Belts)였다. 평상시에는 일반 안전밸트나 다름없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어깨에서 허리로 내려가는 밸트에 덧대있는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면서 충격을 흡수한다.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는 부모 운전자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A필러에서 차체의 지붕으로 연결 되는 구조체와 B 필러에 적용 된 하이드로 포밍도 눈길을 끌었다. 새롭게 적용 된 초고강성 스틸은 무게를 줄여줌과 동시에 강성을 증가시켜 측면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덕분에 ‘올뉴 몬데오’는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인 유로 NCAP의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5 스타)을 획득했다.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는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코너를 전조등이 자동으로 비춰준다. 센서와 카메라, 레이더 기술을 기반으로 주행환경에 대한 차의 반응성을 높이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Lane Keeping Aid), 교통 상황에 맞춰 차간 거리를 인식하여 속도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lectronic Park Braking) 등이 장착 돼 있다.
▲ 가격부터 연비까지 충만한 경제성
‘올뉴 몬데오’의 공인 연비는 15.9km/ℓ(도심 14.4km/ℓ, 고속도로 18.2km/ℓ)다. 연비 신경 안 쓰고 60여 킬로미터를 달릴 만큼 달린 기자의 시승차는 15.1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에 신경을 써서 운전하면 족히 18km/ℓ는 넘길 듯하다. 최고출력 180마력(ps), 최대토크 40.8kg•m에 이만한 연비면 분명 매력적이다.
오토스타트-스톱 기능(Auto Start-Stop Button)은 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이 꺼져 연료 소모를 줄였다. 고속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닫아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액티브 그릴 셔터(Active Grill Shutter)도 이 차에 있다. 듀얼클러치 방식인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 건식보다 작동 유연성이 좋은 습식 듀얼 클러치 등이 올뉴 몬데오로 하여금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게 했다.
가격 경쟁력도 괜찮은 편이다. ‘올-뉴 몬데오’는 트렌드(Trend)와 티타늄(Titanium)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는데 부가세를 포함해 각각 3990만 원, 4330만 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