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도 되고, 추리력도 된다. 그냥 ‘플레이어’로 눌러 앉아도 될 것 같은데 게스트라는 이유로 두 회 만에 떠났다. 끝까지 활약은 돋보였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좋은 호흡으로 통닭집 일꾼 역할을 제대로 해내더니, 끝내 범인인 사실을 들키지 않았고 돈도 획득했다. 배우 김지훈이 게스트란 사실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김지훈은 15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크라임씬2'에서 범인으로 활약,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다섯 명의 플레이어와 한 명의 게스트는 각각 탐정(박지윤), 피해자의 부인인 하부인(하니), 피해자의 친구이자 책방 주인 장책방(장진), 동네 상회를 운영하는 홍상회(홍진호), 피해자가 운영하는 통닭집의 일꾼 김일꾼(김지훈), 떠돌이 고물상 장고물(장동민)로 분해 추리게임을 펼쳤다.
이번 사건은 경기도 한 통닭집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로 통닭집을 운영하는 한 남성이 의자에 결박돼 사체로 발견된 미스터리 살인사건이었다.
가장 먼저 범인이라고 의심을 받은 이는 피해자 통닭집 주인의 친구이자, 숨겨진 비밀이 많은 장책방이었다. 장책방은 친구인 통닭집 부인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었고, 사건 발생일 역시 그와 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또 그는 도박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해공갈을 일삼았던 조직폭력단의 부두목 출신의 전과자였다.
몇 번의 현장검증과 추리를 통해 탐정을 비롯한 동네 사람들은 이 사건의 시발점이 자해공갈 보험사기극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죽어있던 통닭집 주인의 손모양 등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자작극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은 최근 보험에 가입한 죽은 피해자가 자해로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고 봤고, 주변에 있는 누군가와 이를 시도했다 그에게 배신을 당하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봤다.
여기서 의심을 받았던 것은 김일꾼과 장고물, 하부인이었다. 하지만 보험금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하부인이라는 점에서 그가 최종 투표에서 범인으로 뽑혔고, 실제 범인인 김일꾼은 살아남게 됐다. 김일꾼 김지훈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자해를 시작하려는 피해자와 그를 돕는 김일꾼의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를 확인해 보지 않았던 점 때문이었다.
더불어 플레이어들과 섞여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김지훈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는 생존의 이유였다. 김지훈은 지난주에도 홀로 범인을 찾아낸 추리력을 보였던 만큼,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추리에 참여하는 ‘척’하며 의심을 피해갔다. 능청스러우면서도 튀지 않는 연기에 프레이어들은 속아 넘어갔고 그에 대한 의심을 깊게 하지 않았다. 연기력의 승리였다.
사건의 내막은 이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김일꾼은 몇 해 동안 피해자로부터 월급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까지 아파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도박을 하고 있던 피해자 통닭집 주인은 김일꾼에게 자신을 때려줄 것을 부탁하고 함께 일을 꾸몄다. 그러던 중 통닭집 주인에게 걸려온 사채업자의 전화를 들은 김일꾼은 통닭집 주인이 자신에게 보험금을 나눠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때려서 죽였던 것.
김지훈은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로 추천될 만큼 예능감이 있는 배우다. 적극적으로 추리를 하고, 2회 만에 장진, 장동민 등과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기도 한 그의 임팩트 있는 활약은 눈길을 끌었다. 두뇌 게임에 능할 뿐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기도 한 김지훈이 언젠가는 고정 출연진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한편 '크라임씬2'는 국내외 실제 범죄 사건을 재구성, 출연자들이 의문의 사건 현장 속 용의자로 지목되고 진범을 찾기 위해 치열한 추리 공방전을 펼치는 본격 롤플레잉 추리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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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씬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