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익숙하지 않은 얼굴인데, 눈에 확 띈다.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에서 명성고의 문제아 고복동 연기를 하고 있는 지수(22·본명 김지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수는 2009년 연극 ‘봉삼이는 거기 없었다’로 데뷔한 후 단편 영화를 거쳐 ‘앵그리맘’을 통해 안방극장에 정식으로 발을 디뎠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신예다.
“훌륭한 분들과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렇게 큰 작품은 처음이라 신기한 게 많죠. 대본을 보면서 상상했던 장면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게 신기해요. 선배님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시니 저도 함께 배울 수 있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수는 청소년 시절부터 꿈이 연기자였다. 꿈을 꾸다보니 꿈을 이뤘다. 본명은 김지수, 동명의 배우가 있어서 예명을 쓰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었고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현재 소속사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성을 떼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대표님이 정해주셨죠. 지수라는 예명이 마음에 들어요. 다른 후보들도 많았는데 지수만큼 확 와닿는 게 없었어요.”
지수는 186cm의 큰 키의 소유자다. 안방극장에서는 교복을 입고 있으니 장신이 실감나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매력적인 큰 키다.
“많은 분들이 제가 키가 크다는 생각을 못하시는지 놀라시더라고요.(웃음) 실제 키가 186cm예요.”
지수가 연기하는 복동은 교실의 권력을 쥐고 있는 듯 보이나, 사실은 교실 밖 권력에 휘둘리는 꼭두각시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지수가 연기하는 복동의 변화가 또 다른 시청 지점이다. 조강자(김희선 분)와 그의 딸 오아란(김유정 분)을 만나면서 고등학생의 싱그러운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외로운 반항아 복동의 변화는 ‘앵그리맘’이 그리고자 하는 성장과 맞닿아 있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 복동이에게 연민을 느꼈어요. 뭔가 불쌍하게 보였죠. 복동이는 왜 이렇게 살까 많이 생각했어요. 복동이가 겉과 다르게 순수한 모습이 있는데 매력을 느꼈죠. 사실 복동이는 반항아가 아니에요. 복동이가 반항하는 장면은 없죠. 반항은 자신의 의견을 뚜렷하게 드러내서 충돌하는 것이잖아요. 복동이가 한 행동은 모두 타의에 의한 것이었어요. 반항 한 번 못하는 순수한 바보죠. 길들여진 강아지랄까요.”
복동은 신인 연기자가 연기하기에 무난한 단편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비밀도 품고 있고 감정의 변화가 뚜렷하다.
“복동의 내면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시청자들이 복동이라는 인물에 공감할 수 있도록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만약에 복동에게서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냥 나쁜 사람이니까요. 복동이의 진짜 속내를 보여주고 싶었죠. 복동이는 앞으로 조금씩 성장할 거예요. 자의적인 행동도 할 것 같고요. 조금은 독립하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추측을 하고 있어요.”
‘앵그리맘’에는 김희선, 김태훈, 김희원, 오윤아, 지현우 등이 출연한다. 그리고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아역 배우 김유정도 함께 한다. 지수는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선배님들이 많아서 선배님들을 대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잘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어린데도 많이 이야기를 해주시고 소통을 많이 해주세요. 김희선 선배님은 진짜 밝으시고 해피 바이러스가 넘치시는 분이세요. 사실 복동이가 우울한 캐릭터라서 현장에 가면 호흡을 유지하다보면 좀 우중충해지는 기분이거든요. 그런데 김희선 선배님이 워낙 현장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고 웃음이 많으시니깐 재밌게 촬영을 하고 있어요. 김희원 선배님이나 바로 형 등 많은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감사한 일이에요.”
지수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대화를 했다. 보통 신인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긴장한 나머지 작은 말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지수는 겸손하면서도 해야 하는 말들에 대해 명확히 털어놨다. 닮고 싶은 ‘롤배우’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꼽았다.
“제가 연기자의 꿈을 이뤘다고는 생각이 안 들어요. 다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일단 촬영 현장이 정말 즐거워요. 디카프리오 선배님은 정말 연기를 잘하시는 것 같아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셨고, 표현하는 것도 다른 배우와 다른 것 같아요. 매력도 있으시고, 정말 여러 가지 닮고 싶은 부분이 많죠.”
아직 신인이지만 연기자로서의 가고 싶은 길이 확실했다. 여러 작품을 거치다보면, 그렇게 안정적으로 연기를 계속 하다보면 안방극장에서 주목 받는 ‘보석’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 정도였다.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연기를 해도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지수가 아니라 그 역할로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죠. 하나의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를 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지수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이다. 그에게 아직은 멀리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출연하고 싶은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묻자 고심 끝에 ‘꽃보다’ 시리즈를 꼽았다.
“청춘 여행을 하고 싶어요. ‘꽃보다 청춘’ 재밌게 봤거든요. 출연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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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