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하루 TV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예능프로그램이 대거 결방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심야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해피투게더3', MBC '천생연분 리턴즈', SBS '자기야 백년손님' 등이 일제히 결방했다. 이밖에도 Mnet 음악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이 17일로 편성을 변경했다.
빈자리를 채운 것은 특선영화와 다큐멘터리였다. MBC는 재난특별기획 '기적의 조건'으로, SBS는 특집다큐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으로 대체해 세월호 참사를 돌아봤다. KBS 1TV는 '세월호 1주기 특집'을 마련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들에게 남겨진 과제들을 점검했다. JTBC '썰전'은 '세월호를 둘러싼 국민의 여론'이란 주제를 다뤘다.
대신 드라마는 정상 방송됐다.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MBC '앵그리맘', SBS '냄새를 보는 소녀' 등 지상파 수목드라마가 전파를 탔다. 이밖에도 일일드라마 등이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방송됐다. 이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여파로 방송가가 올스톱된 후 드라마부터 정상화된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예능프로그램 결방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일각에서는 벌써 1년이 지났다는 사실에 슬퍼했고, 한쪽에서는 세월호 추모를 예능프로그램에만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목요일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는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내려,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보여줬다.
웃음을 자제하고 애도를 해야 할까, 그럴수록 웃음으로 위로를 해야 할까. 예능프로그램을 둘러싼 이 논의는 지난해에도 반복된 주제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쇼의 성격이 강한 음악프로그램이나 웃음을 추구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방송 재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KBS 2TV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는 세월호 사고 발생 9주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방송사의 속사정도 간단치 않다. 결방은 광고 판매와 직결되는 시청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적인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 예능프로그램의 본질은 웃음이기에 이들이 무언가를 추모하는 법은 쉽지 않다. KBS 2TV '개그콘서트'는 세월호 사고 발생 6주 만에 방송을 재개하며, 검은 정장에 노란 리본을 단 출연진의 애도를 오프닝으로 했다.
어쨌든 17일부터 예능프로그램은 정상 방송된다. 16일 결방한 프로그램들도 오는 23일에는 전파를 탄다. 하지만 이날 결방한 예능프로그램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세월호를 추모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날 결방은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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