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착않여’, 괴물 서이숙은 결국 채시라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4.17 10: 07

두 사람의 시작은 같다. 차별하는 교사 밑에서 설움과 상처를 받았던 소녀. 상처를 안고 인생을 살아온 소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는 자존심을 지켜줄만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 번졌다. 서로를 미워하지만 묘하게 닮아 있는 스승과 제자. ‘착하지 않은 여자들’ 서이숙과 채시라의 모습이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한상우)에서는 나말년(서이숙 분)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김현숙(채시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현숙은 자신을 폭행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게 한 나말년과의 합의에 응하지 않음으로서 복수를 시작했다. 나말년은 악덕 선생으로 과거 김현숙에게 차별과 냉대로 큰 상처를 준 인물. 김현숙은 나말년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해야했고, 평생 열등감에 시달리며 살아와야 했다.

나말년은 돈을 주겠다며 합의를 요구했지만, 김현숙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나말년에게 ‘콩밥’을 먹이려 했던 그는 “반성문을 쓰라”며 과거 나말년이 자신에게 했던 행동으로 복수를 꾀했다. 미안함은 전혀 없이 “상종을 말았어야 한다”는 반성문의 내용을 보고 기가 막힌 김현숙은 옛 선생님의 반성문을 박박 찢어버렸다. 나말년은 반성문을 다시 써오라는 김현숙의 말에 울분을 터뜨렸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 사이 김현숙은 청소년 멘토 프로그램의 봉사자로 지원했다가 선배 멘토인 나말년이 아이들에게 돈을 줘 피자를 사먹게 하고, 정작 상담 봉사는 소홀히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살짝 흘렸고, 좋은 스승상을 받기도 한 나말년은 기자들의 추궁을 받는 위기에 처했다. 이 때 나선 것은 김현숙. 김현숙은 “나말년 선생님은 훌륭한 선생님이다”라며 그를 변호해 위기에서 구해냈고, 이를 무기로 반성문을 써오라 압박했다.
삶의 선택이 달랐기에 전혀 다른 궤적을 만들어왔지만, 나말년과 김현숙은 묘하게 닮아있다. 어린 시절 차별하는 선생으로 인한 상처가 있는 나말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선생이 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차별을 받아 온 그 기준으로 아이들을 차별했고, 열등감을 가리기 위해 거만한 태도와 허세로 자신을 세워왔다. “왜 선행을 하지 않았느냐”는 동생의 말에 “내가 어떻게 착하게 사느냐. 그랬으면 무시당하고 짓밟혀서 아무것도 안 됐을거다”라고 말하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나말년의 모습은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상처를 대변한다.
같은 상처가 있는 김현숙은 열등감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 정구민(박혁권 분)이 있음에도 그가 자신 때문에 승진을 못했다는 생각에 이혼을 택했고, 하나밖에 없는 딸을 최연소 교수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나말년이 열등감 속에서 자신의 삶을 최고로 꾸려가는 데 전력을 다했다면, 모질지 못한 김현숙은 열등감으로 인해 수 십 년 동안 방황을 해 왔다. 그리고 나말년 선생을 다시 만나는 순간, 그 방황을 끝내고 그와는 다른 삶을 살 기회를 얻었다. “이제 내가 네 멘토가 돼 주겠다”며 어린 시절의 김현숙을 보고 이야기하는 김현숙의 모습은 열등감, 상처와 싸워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을 찾아가려는 그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나말년과 김현숙은 닮은 부분을 공유하는 앙숙이다. 김현숙의 통쾌한 복수가 시원하기는 했지만, 결국 김현숙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복수는 같은 시작점을 가진 나말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벌써 그 길에 들어섰다.
eujenej@osen.co.kr
'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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