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압구정백야’, 박복한 여자? 데스노트 무서운 저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4.18 07: 17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는 언제나 여자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는 듯한 용납할 수 없는 무서운 저의가 담겨 있다. 작가로서 올바른 가치관과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소명감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임성한 작가를 ‘막장 작가’라고 명명한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 129회에는 또 한 번 등장인물이 죽음을 맞는 듯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뜬금없이 비중이 확 늘었던 정삼희(이효영 분)가 피를 흘리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충격도 반복되다 보니 크게 놀라움을 유발하지 않았다. 다들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다.
백야(박하나 분)와 삼희는 대구에 있는 삼희 본가로 내려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백야가 사고 후 눈을 뜬 후 본 광경은 처참했다. 유리창이 깨져 있었고, 삼희는 자동차 밖에 머리에 피를 흘리며 의식이 없었다. 삼희가 끝내 이 세상을 떠났는지, 아니면 목숨은 건졌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심지어 임성한 작가의 흔한 ‘낚시질’일 수도 있다. 그의 작품을 돌이켜보면 등장인물들은 허무맹랑한 꿈을 많이 꾼다. 삼희와 백야의 교통사고가 장화엄(강은탁 분)의 꿈 혹은 상상일 수도 있다.

현실이든 꿈이든 차치하고 그가 또 한 번 펼쳐놓은 ‘데스노트’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임성한 작가의 여성을 비하하는 시각이 고스란히 묻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삼희는 화엄과 백야 사이를 가로막는 인물. 백야는 화엄 가족이 자신을 반대한다는 사실에 삼희의 애정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비극을 암시하고 있지 않나. 
백야를 사랑하는 남자가 사망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야의 친오빠인 백영준(심영탁 분)이 죽었고, 백야의 첫 번째 남자인 조나단(김민수 분) 역시 조폭에게 맞아 죽었다. 자신이 사랑하거나 자신을 사랑한 남자는 꼭 죽는 백야의 기구한 운명은 도대체 뭘 의미한단 말인가. 임성한의 그녀들은 가만히 있어도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여자다. 임성한의 그들은 이 여자에 대해 언제나 다른 여자와 다르다고 감탄한다.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 주변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여자는 비극을 몰고다니는 팔자일 수 있다는 전제, 참 비인간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공주’에 이어 여자 주인공 주변 인물들을 무참히 죽게 만들면서 숨기지 못한 고루한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구시대적인 남존여비 사상을 버리지 못한 이들이 여자를 비하할 때 말하는 ‘남자 잡아먹는 박복한 여자’를 다루고 있다. 멀쩡히 잘 살던 남자가 백야와 얽히기만 하면 생명선이 단축되는 어이없는 이야기.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자 말고는 이유가 되지 않는 전개. 단순히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전개로 흥미를 높이려는 의도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장치가 증명하는 불순한 사상이다. 운명의 짝을 멀리하면 슬픔이 몰아닥친다는 운명론을 즐겨하는 임성한 작가는 여자를 모든 비극의 원흉으로 만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대로 삼희가 죽어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가 다시 시작되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이야기로 삼희의 교통사고를 다루든지 분명한 것은 작가가 펜 끝에 담아내는 여자를 가혹하게 만드는 이 시대착오적인 운명론은 임성한 작가가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비난을 받는 이유 중에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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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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