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이유진(23)이 첫 주연작인 ‘달콤청춘’을 끝마쳤다. 공유·이승기·이현우 등 잘생긴 배우들이 떠오르는 부드러운 인상은 딱 봐도 대중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며, 아직 신인이지만 연기에 대한 가치관은 또렷하게 정립한 제법 똘똘한 배우다.
2013년 MBC ‘불의 여신 정이’로 연기자 데뷔를 한 후 OCN ‘닥터 프로스트’를 거쳐 웹드라마 ‘달콤청춘’에서 첫 주연을 했다. 이 드라마는 취업과 연애 등 이 시대 청춘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뤘다. 10부작으로 청춘의 성장을 담았는데 이유진의 싱그러운 매력이 부각됐다.
“촬영 중 대기 시간에도 행복했어요.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연기에 대해 상의를 하는 게 좋았죠. 주연을 맡아서 부담스럽긴 했는데 그만큼 설레기도 했어요. 긴 호흡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어서 정말 좋았죠.”
이유진은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다재다능했다. 그림도 잘 그렸고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 한참 친구들이 PC방에 가서 컴퓨터 게임을 할 때 그는 혼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감수성이 풍부했어요. 당연히 예술 쪽 일을 할 줄 알았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진로를 고민하는데 연기를 하거나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대학에 갔고 연극제를 준비하면서 우연히 오디션을 보게 됐죠. 연기를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했어요.”
아무리 연기를 하는 게 좋다고 해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배우의 길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런 그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없느냐고 물었다.
“전 아직 갈 길이 멀죠. 연기를 할 때마다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이런 후회를 해요. 그런데 그런 후회마저, 고민마저 행복해요. ‘이렇게 연기를 해봐야겠다, 저렇게 연기를 해봐야겠다’ 이런 고민마저 기대되고 좋아요.”
이유진은 나이가 아직 어린데도 진중하다.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 그리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인물에 대해 곱씹어보며 성장을 꾀하고 있다.
“전 상처가 깊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불쌍한 역할 있죠?(웃음) 쉽게 이뤄지는 사랑이 아니라 어렵게 하는 짝사랑이거나, 아니면 괴롭힘을 당하는 등 상처가 있는 인물을 맡고 싶어요. 뭔가 억압된 환경에서 제 감정을 분출하는 게 짜릿하더라고요. 사실 누구나 아픔이 있잖아요. 저도 그렇고요. 그런 아픔을 연기하고 싶어요.”
이유진은 아직 이름과 얼굴이 덜 알려진 신인 배우다. 스스로는 취업 준비생이라고 말을 한다. 계속 작품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새로운 작품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때론 낙방을 경험하며 좌절하기도 한다.
“처음에 오디션에 떨어졌을 때는 긍정적인 생각을 못 했어요. 저를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던 것 같아요. 뭔가 빨리 도전을 해서 성과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제가 가진 능력에 비해 많이 도전을 하려고 했고 힘들었죠. 그런 일들이 제게 값진 경험이 됐어요. 전 아직도 제가 취업준비생이라고 생각해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힘이 들죠. 매일 매일 시험의 연속이에요. 모두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이유진은 욕심이 많다. 연기 욕심이 그렇다. 그래서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오죽하면 학창시절 닮고 싶은 사람이 가수면 가수, 연기면 연기, 진행이면 진행 등 못하는 게 없는 이승기였단다.
“학창시절에는 제가 틀을 만들어서 저를 가둬놓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승기 선배님처럼 ‘엄친아’가 되고 싶었죠. 이승기 선배님이 롤모델이었어요. 그래서 이승기 선배님처럼 되려고 자학을 하기도 했어요. ‘이건 이래서 안 돼, 저건 저래서 안 돼’ 이렇게 가둬놨죠. 결과적으로는 그런 채찍질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조금은 어렸을 때 일탈을 해볼 걸 했다는 후회도 있죠. 반항도 못 해봤어요.(웃음)”
이유진은 선배 하정우의 연기를 유심히 지켜보며 배우고 있다. 그가 하는 작품을 살펴보며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하정우 선배님은 연기도 연기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신 것 같아요. 인터뷰를 보면 스스로를 믿으셨더라고요. 힘들었던 시기도 즐기려고 하셨던 것 같고요. 전 하정우 선배님이 쓰신 책도 읽고 작품도 다 봐요. 정말 좋아해요. 그 분의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닮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가치관도 훌륭하시고 카리스마도 있으신 것 같아요.”
배우 이유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이뤄낸 것보다 아직은 이뤄야 할 것이 많은 이유진에게 꿈을 물어봤다.
“누군가 저를 보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저 남자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말이죠.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기는 중요하지 않고,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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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