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는 예능을 요리하는 타고난 연출가다. '삼시세끼' 밥만 해먹는 프로그램도 그를 거치면 그렇게 재미있게 탄생할 수가 없다. 그의 손을 거치는 프로그램이 모두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지난 17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이하 꽃할배)에서도 어김없이 나영석 PD의 마법이 돋보였다. 사실 '꽃할배'는 지난 몇 시즌을 거치면서 이미 시청자에게 너무 익숙한 포맷이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는 것은 나영석 PD가 매번 적절하게 새로운 장치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이번 '꽃할배'는 배우 최지우가 보조 짐꾼으로 투입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도 그랬듯 원조 짐꾼 이서진과의 미묘한 로맨스가 매번 화제를 몰고다니는 모습이다. 이날 방송에서 이서진과 최지우는 함께 마트에서 시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하면서 마치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한 장면을 연출했다. 더불어 메테오라 수도원에서는 둘만의 유치한(?) 로맨스가 포착되기도 했다.
일단 나영석 PD의 섭외력은 물론이고, 연출력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이처럼 작은 상황도 놓치지 않고 재치 있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들을 비롯해 나영석 PD 사단의 후배들이 함께 한몫하고 있는 것. 이 나PD 사단의 연출자, 작가들은 출연자들의 작은 손짓 하나 놓치지 않고 재미를 이끌어냈다. '꽃할배' 뿐만 아니라 '꽃청춘', 그리고 '삼시세끼'에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대체 이들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어서 이렇게 순간 포착부터 포장까지 센스가 넘치는 걸까.
지난 방송에서는 맏형 이순재가 전날 방송을 통해 여행 지역의 날씨를 확인하고 이서진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내보내면서 바지를 입는 이순재의 손길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그들은 '자신감 넘치는 튕김'이라는 자막을 삽입함으로써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단순한 장면 하나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는 이순재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흔들리는 고양이의 꼬리에 귀여운 하트모양 CG를 입히면서 작은 상황 하나까지 버리지 않고 프로그램에 녹여내 재미를 줬다.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구입하는 이서진과 최지우에게는 '쇼핑남녀' 상황극을 연출해줬고, 추운 최지우를 걱정하며 다소 유치한 장난을 치는 이서진을 '초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더불어 출연자에게는 적절한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스토리를 탄탄하게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별명 또한 예사롭지 않은데 스태프들의 저녁까지 챙기는 최지우에게 '마더 지우레사'라고 하는가 하면, 무릎이 아파서 메테오라 수도원 여행에 동참하지 못한 백일섭을 향해 '무릎아포 일섭'이라는 자막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이름을 따서 해당 출연자의 자막에 '했지우' 등의 재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도대체 이들이 어떤 자막을 쓸지 보는 재미가 쏠쏠한 프로그램이다.
타고난 재능으로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꾸미고 있는 예능 요리사 나영석. '꽃할배'를 볼수록 궁금해진다. 그의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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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