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은의 억척 연기가 시청자들을 웃겼다가 울렸다. 전직 형사 출신의 학교 폭력에 대한 통쾌한 일갈은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했다. 또한 폭력 피해자에 대한 애달픈 감정 이입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MBC 새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는 아들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과정과 그를 둘러싼 재벌가 집안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사랑과 갈등, 용서를 그린 드라마다. 첫 방송은 갈등이 표출되는 순간에도 재밌는 웃음 장치가 발동되며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김정은은 아들을 잃고 형사 대신에 밥집 아줌마를 택한 장덕인을 연기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특유의 정의로움에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을 돕는 과정에서 폭력배들과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학교 폭력에 무관심한 학교에 대한 분노, 자신의 조언에 따라 폭력배들에게 대항했다가 크게 다친 학생에 대한 미안함이 그려졌다. 그가 연기하는 덕인은 학교 폭력을 방치하는 현실에 주먹을 불끈 쥐는 ‘앵그리맘’ 그 자체였다.
김정은은 이날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촌스러운 머리스타일과 의상, 그리고 과격한 표정 연기가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 전직 형사 본능을 숨기지 못해 벌이는 쌈박질은 정의 구현에 목말라 있는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했다. 동시에 학교 폭력 피해자를 보며 눈물짓는 연기는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드라마가 덕인의 고달픈 인생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친구 하고 싶은 억척스러운 정의로 똘똘 뭉친 덕인은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는 ‘아줌마 캔디’ 캐릭터는 향후 짜릿함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랄라부부’ 출연 후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그는 공백기가 무색하게 안정적인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으로 배우 김정은의 힘을 느끼게 했다.
‘여자를 울려’는 덕인을 중심으로 덕인과 인연을 맺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벌가 자제이자 학교 교사인 강진우(송창의 분) 가족이 품고 있는 비밀이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덕인의 아들, 그리고 진우의 형이 죽는 과정에 큰 비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며 첫 방송부터 제법 재밌는 전개를 보였다.
개연성이 부족한 막장 드라마가 아닌데도 재밌는 이야기로 무장한 것. 이 드라마는 ‘금 나와라 뚝딱’의 하청옥 작가의 신작.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을 갖춘 이야기꾼인 하 작가의 신작다운 전개다. 유쾌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한 ‘여자를 울려’가 MBC 주말 오후 9시대 불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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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