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짝사랑하는 귀여운 동생 친구 경수진이냐, 강한 척 하지만 속은 여려 왜인지 자꾸만 신경 쓰이는 직장 상사 엄현경이냐. 행복한 고민의 주인공, 이준혁이 매너와 어장관리를 오가는 애매한 태도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극본 박필주 연출 지병현)에서는 동생 친구 영주(경수진 분)과 직장 상사 미진(엄현경 분) 사이에서 갈팡질팡 묘한 태도를 보이는 지완(이준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단막극 데뷔를 앞두고 잔뜩 들떴던 영주는 정작 방영일에 자신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이 방영되자 크게 좌절했다.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 지완은 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영주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냐. 걱정돼서 전화해봤다. 더 좋은 기회 있을 거다. 너무 풀죽어 있지 마라”라며 위로했다. 기막힌 타이밍으로 이 광경을 본 미진이 단단히 오해하기에 충분한 다정함이었다.
지완의 애매한 다정함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퇴근하던 지완은 카페에 홀로 앉아있는 영주를 발견하고 “괜찮다더니 하나도 안 괜찮네”라고 자상하게 말하며 그의 곁에 앉았다. 이어 그는 “그 감독 누구냐. 내가 한 마디 해주겠다. 말만 해라.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줄게”라는 남자친구 같은 멘트도 서슴치 않았다. 과도한 친절은 늘 착각을 부르기 마련이다. 그간 지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영주가 이에 설렌 것은 당연지사. 영주는 지완에게 “저번에 사준다던 아이스크림은 언제 사줄거냐”며 간접적으로 데이트를 신청했고 지완 또한 “내일 회사로 와라. 맛있는 거 사주겠다”며 흔쾌히 응했다.
영주를 잔뜩 들뜨게 했던 지완의 친절함은 미진에게도 예외가 아니였다. 영주와의 약속으로 회사를 나서던 지완은 창백한 미진의 얼굴을 보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곤 “잠깐만요”라는 말과 함께 미진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갑작스러운 스킨쉽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괜찮다며 만류하는 미진을 박력 넘치게 끌어낸 지완은 영주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은 채 병원으로 향한다. 뒤늦게 걸려온 영주의 전화에는 “지금 보기 힘들 것 같다. 아픈 사람이 있어서 병원 가는 길이다.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다음에 보자”라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이 때 두 번째 기막힌 타이밍으로 미진을 태우고 지나가는 지완을 영주가 목격한다. 지완이 다정한 남자에서 죄 많은 남자로 변하는 찰나다.
주변을 잘 챙기고 항상 다정한 지완의 매너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이 한 여자에 한해야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50회 중 벌써 17회가 방영된 현재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두 여자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지완의 태도는 러브라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파랑새의 집’에서 젊은 배우 5인방의 러브라인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로맨스는 장태수(천호진 분)의 과거 악행, 은수(채수빈 분)의 출생의 비밀 등 무거운 소재들을 풀어가는 와중 한줄기 빛과 같은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여자 사이를 헤매는 지완의 애매한 태도로 인한 지지부진한 삼각관계는 극에 지루함만을 더할 뿐이다.
한편 '파랑새의 집'은 취업난에 시달리며 꿈을 포기하고 현실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그들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매주 토, 일요일 오후 7시 5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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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