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이면 무조건이다. 국민 트로트 박상철의 ‘무조건’이 R&B, 소울의 왕자 이정과 만나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정이 가진 가창력과 무대매너도 좋았지만, 역시 객석을 하나로 통일 시긴 ‘무조건’의 힘이 없었다면 최종 우승은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정은 지난 18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그룹 놀자와 함께 박상철의 ‘무조건’으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날 태진아의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현철의 ‘봉선화 연정’ 등의 곡을 만든 작곡가 박성훈&박현진 편 2부에서는 이정 외에도 최정원, 김소현&손준호 부부, 홍경민, 손호영, 조정민이 출연해 대결을 펼쳤다.
독보적이었던 것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과 그의 3승을 저지한 손호영이었다. 최정원은 제일 첫 주자로 나서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로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꾸몄고, 김소현&손준호 부부, 조정민을 연이어 이기며 여왕의 저력을 보여줬다.
대단한 위세를 보여준 최정원 이긴 이가 선배와는 상반된 매력으로 승부를 건 손호영이었다. 80-90년대 주부들의 최고 애창곡이라 알려진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를 택한 그는 가사에 집중해 노래가 갖고 있는 감성을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 같은 전략은 통해 최정원보다 높은 득점을 얻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런 손호영의 2승을 막아낸 것이 이정이었다. 화려한 황금빛 재킷을 입고, 얼굴에는 검정색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무대에 등장한 그는 놀자 멤버들과 함께 마치 하나의 댄스그룹인 듯 경쾌하고 신나는 무대를 꾸몄다.
일단 선곡이 굉장히 좋았다. ‘무조건’은 2005년 트로트 가수 박상철의 정규 3집 앨범 타이틀곡으로 수년간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국민 트로트’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 노래. 이날 선보였던 다른 곡들도 그랬지만 ‘무조건’은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즐기는 노래인 만큼 흥겨움이 더 컸다. 뿐만 아니라 이정은 이 노래의 장점을 잘 활용해, 객석 밑으로 내려가 관객들과 호흡을 하는 등 적극적인 무대 매너를 보여줬고, 큰 열광을 이끌어냈다. 총 431점을 받아 1승을 거둔 이정과 놀자의 무대를 본 작곡가는 이를 “쓰나미였다”고 정리할 정도.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선곡이다. 가수의 가창력과 무대매너, 편곡도 중요하지만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음악적인 실험보다는 온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보는 대중성을 중시하는 만큼 좋은 선곡은 우승에 필요한 필수 요소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더 즐거워지기 쉽고, 더 즐거운 무대가 선을 보였으면 좋은 득점으로까지 이어지기 쉽다. 이정은 이처럼 대중적인 곡을 잘 활용해 보는 이들의 즐거움을 배가시켰고, 우승의 단맛을 맛보게 됐다.
한편 이날 '불후의 명곡'은 작곡가 박성훈&박현진 편 2부가 방송됐으며 최정원, 김소현&손준호 부부, 홍경민, 이정, 손호영, 조정민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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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