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중이 단 2분 만에 뿔난 민심을 진정케 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징비록'(극본 정형수, 연출 김상휘) 20회에서는 조선을 침략한 왜군의 북상에 또 다시 두려움을 호소하며 평양성까지 버리고 도망가는 선조(김태우 분)의 나약한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평양성을 버리고 도주하려는 선조에게 뿔이 잔뜩 난 민심은 류성룡(김상중 분)이 설득해 잠재웠다. 당장이라도 때릴 기세로 "맞아죽기 싫으면 비키라"는 성난 백성 앞에서 너무도 침착하게 진정성 있는 말을 요점만 풀어내 이해시켰기 때문.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기 직전의 백성에게 "이보게. 누가 자네한테 이 나라를 부정해도 된다고 그러던가"라고 시작한 말은 "이 나라가 임금만의 나라인가. 나라는 만백성의 것이고 그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을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 적과 맞서 싸워주기를 당부한 것. 특히 국가가 국민의 것이라는 대목은 이를 보는 시청자도 찡하게 만들었다.
이어 류성룡은 "이보게들, 이 나라는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야"라는 희망의 말을 덧붙임과 동시에 "자네도 임금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할 걸세. 허나 자네가 끝까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자네는 이 나라의 백성이 아니라 백성의 탈을 쓴 난민이고 반군일세. 그럼 난 기어코 자네의 목을 칠 것이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마무리는 "임금께서 이곳을 떠난다고 해도 난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며 솔선수범하려는 태도. 결국 백성들은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야말로 탁월한 2분 스피치였음에 분명했다.
다만, 이로 인해 밀려왔던 진한 감동은 이후 등장한 선조가 고마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제 백성들은 과인보다 그대를 더 임금처럼 따른다"고 질투심을 드러내는 순간 몽당 사그라졌다. 무능하고, 무지하고, 소통도 마다하고, 이해심마저 없는 한심한 왕을 보는 이들의 마음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앞서 등장한 전라좌수사 이순신(김석훈)이 해전에서 연이은 승리를 거머쥐면서 왜군의 보급로를 확실하게 차단했기 때문. 또한 곽재우(임혁)는 육지에서 활약하며 왜군을 섬멸시키는 데 일조했다. 병사들의 전멸소식을 전해들은 왜장 우희다수가(김리우)는 "의병은 무엇이고 곽재우는 누구냐"며 "조선에 의병이라는 군대가 있느냐"며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내비치며 당혹해 했으며, 분통해 했다.
비록 왕인 선조는 여전히 '밉상의 끝'을 보이며 덜덜 떨면서 여기저기 피신을 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행히 류성룡, 이순신, 곽재우 등의 뛰어난 인재들이 왜군의 침략을 막아내고 있는 상황. 그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예고편에서는 긴박한 상황들이 그려지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한편, '징비록'은 임진왜란 시기를 겪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혁신 리더 류성룡이 국가 위기관리 노하우와 실리 위주의 국정 철학을 집대성한 동명의 저서를 바탕으로 한 대하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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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