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경이 첫 주연작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 연출 이대영)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유의 건강한 에너지는 물론 사랑스러움까지 더하며 극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12회에서는 좀 더 가까워진 이솔(이성경)과 재준(윤박)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두 사람은 함께 바다를 가기로 약속했지만, 이솔은 그보다 앞서 가족과 함께 1박2일 캠핑을 가기로 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두 사람이었기에 재준은 이솔의 가족 여행에 합류했다. 대만에서부터 시작된 재준과 이솔의 악연을 잘 아는 가족들은 재준을 경계했고, 재준은 점수를 따고자 고군분투했다.
이솔을 짝사랑하는 동구(강태오)는 그런 재준에게 쓴 소리를 했다. 그 말에 재준은 사과를 하고 돌아섰다. 이솔은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가족들이 이해해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눈물을 보였고, 이를 보다 못한 동구가 재준을 붙잡았다. 덕분에 재준은 이솔 가족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캠프파이어 이후 재준은 이솔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있어 달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후 이솔의 뺨에 뽀뽀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이성경이 그려낸 이솔은 사랑에 빠진 스무 살의 순수 그 자체였다. 사람의 마음조차 계산하려는 레나정(김성령)과 달리 솔직하고 거리낌 없었다. 귀가길 자신을 기다리는 동구를 재준으로 착각해 환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재준이 떠나자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에게 속마음을 고백했다. 부잣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의 로맨스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이성경의 신선함과 윤박의 담백함이 이들의 만남을 상큼하게 그려냈다.
이성경의 연기 경력은 길지 않다. 모델로 활동하던 그가 배우로 데뷔한 작품은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이다.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주연 자리를 꿰찬 것이다.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성경은 자신이 마냥 행운아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덕분에 레나정과 마희라(김미숙)의 기싸움 등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드라마는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고 있다.
이솔은 레나정의 숨겨진 딸로, 두 사람 모두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 지금 이처럼 해맑은 소녀 이솔이 차갑게 바뀌어 복수해 나가는 과정은 '여왕의 꽃'의 향후 관전 포인트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해 나갈 터. '믿고 보는' 20대 여배우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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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