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해줄 수 없는 일' 리메이크, 박효신 마음에 들어하더라" [인터뷰]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5.04.20 15: 42

가수 거미가 리메이크 앨범 ‘폴 인 메모리(Fall in Memory)’를 발표해 듣는 이들을 추억에 젖게 했다. 워낙 감성 짙은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그이지만 이번 앨범은 또 다시 새롭다.
거미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워낙 90년대 곡들이 재조명 받고 있지만 거미는 댄스곡 아닌 발라드 곡으로, 여성의 노래가 아닌 남성의 노래로 리메이크를 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거미는 “들으시고 감정에 움직임을 느꼈다는 말이 가장 좋다. 리메이크 앨범이다 보니까 그때 당신 본인들만의 추억을 떠올리실 수 있다면 그게 가장 보람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거미와의 일문 일답.

- 새 앨범을 낸 소감은.
“거의 1년 만이다. 이번 앨범은 아무래도 리메이크 앨범이라 그런지 편안한 느낌이었다. 부담도 되긴 했지만 신곡을 만들 때 보다는 덜 했다. 신곡 발표 할 때는 공백기가 있었고, 비주얼 적으로도 스타일을 어떻게 하고,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지 고민도 많이 했다. 이번 앨범은 노래에 집중했고, 쉬어 가는 느낌도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조급함 없이 좋은 마음으로 준비했다.”
- 리메이크 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있나.
“데뷔 했을 때부터 항상 하고 싶었다. 나는 옛날 노래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리메이크 앨범을 꼭 한 번 해야지 생각하다가 최근 복고 열풍이 불면서 하게 됐다. 90년대 댄스 음악이 재조명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90년대에는 댄스 음악 말고도 다양한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장르들을 내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곡 선정 기준이 있었나.
“일단 90년대 남자 곡으로 했다. 남자 곡으로 한 이유는, 리메이크라고 하면 보통 변화된 것을 원한다. 다른 분들이 리메이크 한 것을 보면 음악적으로 변화를 줬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것들이 대중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곡에서 많이 벗어난 장르나 코드를 꼬아서 쓰는 것은 멋있기도 하지만 편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듣기에는 편하되, 색다른 변화를 느끼게 하려면 여자 노래보다는 남자 노래를 내가 부르는 것이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곡들도 있었고, 추천을 많이 받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곡들이나 나한테 어울릴 수 있겠다 싶은 곡들을 골랐다.”
 
- ‘해줄 수 없는 일’을 타이틀곡으로 고른 이유가 있을까.
“내가 개인적으로 주장을 했다. 내가 이 시점에 데뷔했을 때와 같은 발라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가장 비슷한 장르였고, 친한 친구의 데뷔곡이도 했고. 90년대에는 록 발라드가 유행을 많이 했는데, 그런 곡을 리메이크 하기 보다는 친구의 음악을 내가 리메이크 한다면 의미도 있고, 나를 좋아하는 분들은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 원곡자인 박효신 반응이 궁금하다.
“좋아했다. 걱정했는데. 음악적으로는 깐깐한 친구라서 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잘 했다고 해줬다. 기분 좋으라고 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웃음) 편곡도 굉장히 맘에 들어 했다.”
- 연애 중인데 이별 노래를 골랐다.
“노래를 할 때 가사에 맞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고 그 사람만 생각하면서 노래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지금 상황도 다르고, 이별이라는 것은 겪어 본 일이기 때문에.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연애 중이거나 결혼하신 선배님들이 행복하게 생활하시다가 이별노래를 하시는 것을 보면 의아했다. 몰입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주위 분들에 고민을 털어놨더니 ‘대중 분들이 영화나 드라마는 다를 지 몰라도 노래를 들을 때는 그 가수를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노래를 듣지는 않는다’고 하더라. 그러고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 조정석과의 열애 인정을 했다. 미리 상의 한 적은 있었나.
“진작에 많이 얘기를 나눴었다. 내 생각이 이런 것도 알고 계시고, 똑같이 생각하신 것 같다. 나는 음악은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데, 서로에 방해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공개를 미룬 것뿐이지, 둘 다 거짓말을 하건 숨기는 것을 잘 못 한다. 힘들었는데, 어떻게 소문이 다 나서 다 아시더라. 아마 우리가 말 안 해도 곧 기사가 날 것 같다는 분위기는 알고 있었다.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시원한 것 반, 걱정 반이다.”
-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이언이 대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
“그런 건 아니다. 장난으로 ‘나랑 결혼하자’, ‘너라면 결혼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몇 번 했다. 너무 장난으로 한 거라 아무도 신경을 안 썼는데, (웃음) 본인만 신경 쓰고 있었다. 기사가 처음 나고 환희 씨랑도 얘기를 하면서 웃었다. 원래 그런 농담 잘 안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말 농담이다. 자기가 모른 상태에서 농담을 한 게 민망해서 그런 것 같다.”
 
- 이번 앨범으로 대중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앨범 잘 만들었다는 얘기가 좋은 것 같다. 가수니까 노래 잘 한다는 말은 항상 좋다. 내 노래를 듣고 감정이 움직였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가장 보람된다. 이번 앨범이 리메이크 앨범이다 보니까 그때 추억이 많이 생각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그게 정말 좋다.”
- 새 앨범에 대한 조정석의 반응은 어땠나.
“만들 때부터 모니터를 많이 해준다. 노래마다 스타일을 얘기해주기도 한다. 어떤 톤으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팬의 입장에서. 이번 앨범이 발매되고 나서는 정말 놀라더라. 좋아하더라. 네가 이런 사람이야’라고. 이렇게 어려운 가요계 상황에 이 정도의 관심을 받는 다는 건 대단한 거라고 용기를 주더라. 1위 하는 것 캡처도 해주고.” (웃음)
- 이번 앨범 내면서 아쉬움은 없었나
“못 담은 것이 많다. 워낙 명곡들이 많아서 내 욕심으로는 정규 앨범으로 해도 모자라다. 90년대에 좋은 곡들이 많이 있었다. 작업 중 마지막으로 탈락한 곡도 있었다. 윤종신 씨의 ‘오래전 그날’ 하려고 했는데 정현 언니가 ‘나는 가수다’에서 하신 바람에 음원이 나와서 못하게 됐다. 이렇게 인기가 있었던 곡 말고 숨은 명곡으로 할까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까 곡 선정하는 게 더 힘들어지더라.”
- 스스로 90년대 노래 부르면서 예전 생각을 하기도 하나.
“‘해줄 수 없는 일’ 나왔을 때 나도 연습생이었다. 그때는 서로 소문이 난다. 어느 회사에 누가 잘 한다고. 나는 이름 있는 회사도 아니었는데 친구들이 내 소식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친구 중 효신이가 제일 먼저 데뷔를 했다. 부러워하기도 했고, 충격적이기도 했다. 우리 연습생 때는 트레이닝 받고 이런 시스템이 없었다. 매일 혼자 설거지하고 벽보고 연습하고 그랬다. 오히려 헝그리 정신이 있어서 그런지 감성과 기술이 다 공존하는 세대였던 것 같다.”
 
- 거미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나에게 있어 음악은 항상 똑같다. 가끔 듣기 싫을 때도 있다. 음악을 공부처럼 생각해서 즐기려고 안 하고 분석하려고 할 때가 있다. 가끔 쉬고 있을 때 음악이 나오면 안 듣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음악은 내 몸에 붙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말고는 한 게 없어서 그런지, 좋은 것도 음악, 싫은 것도 음악이다.”
- 그럼 노래가 싫어질 때는 어떻게 하나.
“또 노래를 해야 한다. 가수들이 노래방 가면 노래 안 할 것 같지만 엄청 한다. 노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그래도 노래해야 풀리고 그런다.” (웃음)
- 거미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가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고 싶은 게 소망이다. 그게 어려운 일인 걸 알았다. 평생 포기 안 하시고 노래 하시는 선배님들이 진짜 위대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포기하거나 의지가 아니더라도 위기가 많이 온다. 주변 상황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그걸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수로서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 방송 활동을 잘 안 하는 이유가 있나.
“그렇진 않다. 불러주시는 데는 가고, 안 불러주는 곳에 굳이 가지는 않았다. 처음에 회사 들어올 때 방송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나는 음악 방송 굳이 나가서 3분 노래하는 것 보다는 공연을 많이 하고, 음원을 발표하고 그런 것이 낫지 않을까 했다. 방송 욕심이 많지 않다.”
 
- 거미의 노래 중 리메이크되면 좋겠다 싶은 곡이 있다면.
“글쎄. ‘어른아이’나 ‘기억상실’ 같은 색깔 있는 곡들이 좋을 것 같다. 발라드 말고. 요즘 워낙 특이한 장르를 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조금 세련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내 노래 하시는 걸 봐도 재미있더라.”
-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나는 어떤 말보다, 들으시고 감정에 움직임을 느꼈다는 말이 가장 좋다. 리메이크 앨범이다 보니까 그때 당신 본인들만의 추억을 떠올리실 수 있다면 그게 가장 보람될 것 같다.”
한편 거미는 지난 17일 리메이크 앨범 ‘폴 인 메모리’를 발매했다. 타이틀곡은 박효신 원곡의 ‘해줄 수 없는 일’로, 앨범에는 ‘너를 사랑해’, ‘헤어진 다음 날’, ‘로미오&줄리엣’, ‘준비 없는 이별’ 등이 수록됐다.
거미는 다음달 초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소극장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sara326@osen.co.kr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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