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700만 명이란 놀라운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명량'이 명량해전을 다룬 극영화라면,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감독 정세교, 김한민, 제작 빅스톤픽쳐스, 이하 명회향)는 명량해전의 승리가 있기까지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소재는 같지만, 형식이나 구성은 전혀 다르다.
'명회향'은 김한민 감독과 '명량' 출연 배우 오타니 료헤이, 이해영, 장준녕이 역사 속 실제 장소들을 방문하는 모습을 담는다. 이들은 실제 이순신 장군이 삼도 수군 통제사 임명 교서를 받았던 장소부터 12척의 배를 인도받은 곳까지, 명량해전의 준비과정 중 중요했던 지점과 그곳의 의미, 승리의 요소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여기에 컴퓨터 그래픽(CG)과 다양한 삽화 등이 더해진다.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적당한 재미 요소가 주제를 더욱 풍성하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누군가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신만의 재치 있는 해석을 내놓고, 때론 소소한 수다로 웃음꽃을 피운다. 팀의 막내이자 외국인인 오타니 료헤이는 존재만으로 흥미롭다. 과거 화엄사가 일본 육군들에 의해 불탔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안한 표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개봉 자체로 뭉클하다"는 김한민 감독의 말처럼, '명회향'은 유례가 없는 작품이다. 영화에서보다 앞선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은 맞지만,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명량'의 대대적인 성공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기획이다. 특히 '명량'을 사랑한 관객들, 특히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김한민 감독은 지난해 '명량'의 성공을 통해 국민들에게 숨겨진 어떤 열망이 있다고 생각했단다. 역사를 통해 한을 풀어내고자 하는 강렬한 꿈틀거림. 이것이 그가 해석한 '어떤 열망'이다. 이것이 바탕이 돼 '명회향'이 만들어졌다. '명량'의 흥행 성적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 병력이었던 12척의 배를 얻기까지 겪었던 이순신 장군의 노고를 1명이라도 더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명회향'은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5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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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