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의 대표로 논리의 제왕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인물 소개에 따르면 유준상(한정호)는 그런 인물. 그런데 사랑에 빠지자 완전히 바보가 됐다. 주변은 돌아보지 못한 채 사랑에 눈이 먼 모습이다. 아름다웠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가 유부남이고 반한 대상이 와이프가 아니라는 사실이 불편하다.
유준상은 이런 상황을 특유의 연기력으로 재미있게 그려냈다. 분명 심각한 상황이고 나쁜 짓을 하고 있음에도 보는 이들은 황당함에 웃음을 짓게 된다. 그의 모습이 한심하게 보이도록 제대로 표현 됐다는 것. 이 드라마는 사회 풍자 블랙코미디로서 갖춰야 될 요소들을 고루 갖춘 듯하다. 특히 유준상이라는 배우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17회에서는 한정호(유준상 분)가 지영라(백지연 분)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주변인들이 알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같은 사실을 아내인 최연희(유호정 분)까지 알게 됐는데, 정작 정호 자신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재벌가의 ‘풍문’이 퍼져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정호는 자신이 영라를 좋아하고 있다는 감정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모임 아내 연희를 대동하고 나가서도 영라를 찾고, 그에게 아내에게 한 선물과 같은 선물을 보내는가 하면, 함께 싱가폴 여행을 가자고 제안, 비행기 티켓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주변에 소문이 안날 수가 없는 상황. 결국 연희까지 정호가 영라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와의 담판을 준비한다.
소문이 무섭게 퍼져나가는데, 이를 아예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유준상(한정호)이 헛똑똑이로 그려지면서 보는 이들은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게 되고, 여기서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는 블랙코미디의 참 맛. 특히 상류층 사회의 부도덕한 부분을 풍자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정호처럼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이 하는 나쁜 짓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온 국민이 알고 있다는 현실을 풍자한 것 아닐까. 이후 그가 처벌 받는 장면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호는 이 블랙코미디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유준상이 묘한 매력을 살린 연기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중. 방송 초반 다소 오버하는 듯한 캐릭터가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지만, 이내 유준상 아닌 한정호를 딱 맞는 옷으로 만들어 놨다. 묘하게 오버하는 듯하면서도 딱딱하고 과장된 말투가 상류 기득권층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해주고 있다는 평이다. 그렇기에 불륜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분위기가 심각해지거나 진지해지지 않는 것이다.
한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첫사랑에 빠져 들뜬 정호. 연희가 영라와 정호의 관계를 눈치 채면서 다시 한 번 피바람이 예고된 가운데, 정호가 위기를 극복하고 가정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첫사랑 영라와의 관계를 유지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joonamana@osen.co.kr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