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영화팀] 천만 돌파는 당연한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지난 21일 언론 앞에 먼저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서울시를 발칵 뒤집었던 로케이션 촬영부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언맨의 등장, '어벤져스'(2012) 흥행 후 더욱 불어난 마블 팬덤까지. 흥행을 안하면 더 이상한 '어벤져스2'를 먼저 본 기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만족한 지점과 실망한 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OSEN 영화팀 세명의 기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감상평이다.
# 복잡하고 어려워..예상 외로 대중적이지가 않다
마블 영화 사상 최대 스케일을 예고했던 '어벤져스2'였지만 생각보다 대중적이지 않은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전편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진 스토리 때문.
우선 갑자기 많아진 등장 인물 때문에 이야기가 복잡해졌다. 기존에 알고 있던 어벤져스 멤버,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헐크(마크 러팔로 분) 등 뿐만 아니라 그간 마블 시리즈에 등장했던 팔콘(안소니 마키 분),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퀵실버(아론 테일러 존슨 분)-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분), 비전(폴 베타니 분) 등 다양한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하니 보는 이로선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다.
또한 마블의 세계관이 연결돼 있다보니 마블의 팬이 아니고서야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들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각 캐릭터의 가치관과 고민들도 이번 시리즈로 마블 영화에 입문하는 이들이라면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다. 때문에 화려한 액션신을 제외하고는 보는 이들이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기대했던 서울 장면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이 점도 의문이다. 액션의 배경으로만 사용될 뿐 서울의 이렇다할 특성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사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마블에 입성한 수현 캐릭터의 존재감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하고 있다.
김경주 기자 trio88@osen.co.kr
# 덕후를 위한, 덕후에 의한
'어벤져스2'의 줄거리는 명확하다. 어벤져스가 지구를 지킨다. 그 방법론을 두고 멤버들은 의견 차이를 보인다. 강력한 로봇 울트론으로 안보를 추구하는 아이언맨과 이를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 두 사람의 갈등은 현실 세계에도 적응 가능한 가치관 대립이자 내년 개봉 예정인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 말미에 등장하는 '끝판왕' 타노스 등 마블 팬이라면 흥미로울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다만, 10편에 달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들을 섭렵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함께 즐기기 어렵다. 히드라, 로키의 창(치타우리 셉터), 비브라늄, 인피니티 스톤 등 기존 작품을 본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난무한다. 하다못해 각자의 여자친구를 자랑하기 바쁜 아이언맨과 토르의 유치한 말다툼을 보고 웃으려면 슈퍼히어로들에 대한 최소한의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속편은 더 크고 화려하게'라는 블록버스터의 공식에 따라 상당한 스케일의 전투신이 펼쳐진다. '어벤져스'에서 뉴욕이 쑥대밭이 됐다면, 이번엔 그 수준을 뛰어넘어 도시 하나를 산산조각 내버린다. 갑자기 애절해진 블랙위도우와 헐크의 로맨스가 다소 생뚱맞지만, 슈퍼히어로들은 고른 활약을 보여준다. 새롭게 등장한 퀵실버와 스칼렛위치가 보여주는 능력이나 헐크를 제압하기 위해 아이언맨이 만든 헐크버스터와 헐크의 대결은 인상적이다.
앞서 알려진 대로 엔딩크레딧 이후 등장하는 보너스 영상은 없다.
김윤지 기자 jay@osen.co.kr
# 서울, '때깔'이 별로다
'어벤져스2'는 도입부가 제일 재밌다. 각 캐릭터를 듬뿍 살린 히드라 공격 작전은 박진감, 유머, 향후 스토리 전개에 대한 기대감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끌어내며 히어로들의 '멀티 캐스팅'이 헛되지 않은 듯 보인다. 호크 아이가 활을 쏘고, 블랙 위도우가 몸을 날리면 헐크가 그 위로 뛰어오르고,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를 날리는 식이다. 토르가 망치를 두드려 분위기를 전환하고 아이언맨은 히드라 기지 내부에 들어가는 코스. 신나지 않을 수가 없다.
소소하게 웃을 수도 있다.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두고 힘겨루기에 나서는 히어로들의 모습이나, 여자친구 자랑에 여념 없는 아이언맨과 토르의 모습은 꽤 사랑스럽기도 하다. 특히 잔망스러운 아이언맨의 매력은 스칼렛위치의 장난으로 정신이 나가버린 헐크와의 대결에서 빛난다. 재빠른 능력을 맘껏 발휘하는 퀵실버도 꽤 귀엽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이 정도로도 영화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어벤져스2'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서울 등장씬이나 다른 신나는 액션을 기대한다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극장을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 서울은 '진짜' 서울이다. 세빛섬은 예쁘게 찍혔지만, 나머지는 그야말로 출퇴근길에 늘상 보던 서울의 길이다. 트럭이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고가 도로나, 세빛섬을 내려다보는 동네의 정취, 캡틴 어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질주하는 도로는 '너무' 서울이라서 오히려 생경하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꽤 '후져' 보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로케 지역과 비교해서도 그렇다. 서울이 아직 '때깔' 좋은 곳은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서울 홍보 영상이 아닌 이상, 이를 제작진의 탓으로 돌리긴 어렵지만 어쨌든 이 영화를 본다고 해서 서울이 좋아보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서울 로케이션 촬영 당시의 난리법석이 좀 민망해진다.
영화는 인간 멸종을 꿈꾸는 울트론의 등장으로 꽤나 무거워진다. 각 캐릭터들을 깊이있게 표현하는 건 좋은데, 스펙터클 대신 이들의 사연에 방점이 찍히면서 이전 스토리를 잘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지루하다는 단점을 노출한다. 격무나 시험공부를 마치고 극장을 찾았다면, 졸기 딱 좋은 지점이 두번 이상 찾아온다.
이혜린 기자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