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비해 심각해졌다. 뉴욕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위기에서도 유쾌하게 전투를 이끌어나갔던 영웅들은 사라지고 고민과 고뇌로 가득 찬, 별반 다를 것 없는 영웅으로 전락했다.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는 전편이 유쾌한 영웅들의 만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과는 다르게, 과거와 가치관에 갇혀 어두워진 영웅들로 마블 특유의 재미를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어벤져스2’는 더욱 강력해진 어벤져스와 평화를 위해 인류가 사라져야 된다고 믿는 울트론의 사상 최대 전쟁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과 어벤져스 멤버들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전편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울트론이란 빌런 때문에 액션 스케일은 커졌지만 전편만큼 신나지는 않다. 하늘에서 쏟아져 나오는 외계인들과 맞서 싸우는 어벤져스 멤버들을 보며 엉덩이를 들썩들썩했던 것이 전편이라면 이번엔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게 된다. 스크린에 그려지는 어벤져스 히어로들의 고민의 무게 때문이다.
‘어벤져스’ 1편에서는 각기 활동하던 히어로들이 모여 갈등을 겪지만 결국 하나로 뭉쳐 악당을 처치하는 것이 메인 줄거리. 그러나 이미 어벤져스가 모인 채로 시작되는 ‘어벤져스2’ 인만큼 갈등은 개개인의 과거와 가치관에서 시작된다. 정신을 조종하는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분)의 능력 때문에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 히어로들은 저마다의 과거에 사로잡혀 힘들어한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의 어두웠던 어린 시절이 암시되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의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갈등도 그려진다.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와 헐크(마크 러팔로 분)역시 마찬가지. 어벤져스의 유쾌함을 담당하는 아이언맨 마저도 스스로의 공포에 갇혀 괴로워한다.
고민에서 시작하는 싸움이 유쾌하게 그려질리 없고 이마저도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모두 각자의 고민을 해결하고 울트론과의 최후의 대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사람들을 구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되는 싸움이라 저마다의 고민은 떠안고 있다. 때문에 전투 중에 관객들을 웃게 했던 농담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영웅들은 한없이 심각하고 한없이 진지하다.
이것이 마블 특유의 색깔을 지워버렸다. 그간의 마블 시리즈에 등장했던 영웅들은 ‘유쾌한 히어로’였다. 이것이 DC코믹스와의 색깔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이었지만 ‘어벤져스2’는 이제 고뇌 가득한, 일반적인 히어로와 비슷해졌다. 앞으로 마블이 ‘캡틴 아메리카:시빌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 점차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해도 마블의 유쾌한 히어로를 기대한 영화 팬의 서운함은 어쩔 수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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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