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의 연기는 역사 공부를 하게 만든다. 악행을 저지르지만, 눈물을 머금은 광해의 모습을 통해 향후 스토리에 대해 궁금증을 높이는 것. 다음회가 궁금해서라도, 역사 공부는 필수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는 광해(차승원 분)이 자신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쳐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본격적으로 담겼다. 이번 화에서는 영창대군(전진서 분)이 광해의 표적이 됐다.
이날 광해는 이이첨(정웅인 분)을 통해 중신들이 영창대군(전진수 분)을 옹립하려는 계획이 있음을 알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에 이이첨과 손잡고 영창대군을 역모죄로 포박, 결국 궁 밖까지 쫓아냈다. 이 과정에서 영창대군은 눈물을 지으며 정명공주(정찬비 분)와 헤어졌다. 이는 곧 죽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영창대군은 실제 역사에서 8살의 나이에 죽음을 당한다. 극 중 영창대군이 정명공주와 헤어지게 되는 나이 또한 8살. 영창대군이 곧이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영창대군이 어린 나이에 숨을 거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역사 공부를 하게 만드는 것은 차승원의 연기가 한 몫 한다. 이날 광해는 정명공주가 "아우를 살려달라"는 애원을 차갑게 외면했다. 그러나 이내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실제 광해가 어떤 모습으로 영창대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알 수 없지만, 차승원이 열연한 광해는 영창대군을 내 몬 자신의 행동에 조금의 가책을 느꼈다. 슬픔과 야망을 동시에 지닌 모습을 완벽히 선보인 것. 이는 향후 스토리에 조금의 희망을 갖게 만드는 요소이자, 앞으로 펼쳐질 광해의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역사를 미리 살펴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간 광해를 열연했던 배우들은 많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광해라는 '버라이어티'한 왕은 소재로 많이 쓰였었다. 그러나 차승원의 광해는 남다르다. 4회가 방송되는 동안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 올렸고, 광해 편에 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은 차승원만의 저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화정'은 고귀한 신분인 공주로 태어났으나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 정명공주의 삶을 다룬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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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