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눈은 돌아갔고, 체면보다는 일단 일격을 가하는 것에 집중한다. ‘풍문으로 들었소’ 유준상과 유호정의 유치찬란한 몸싸움이 보는 이들의 배꼽을 쥐게 하고 있다. ‘위엄 따위는 없는’ 촐싹 맞기 그지없는 두 사람의 부부싸움에 빠져버렸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단발에 그치진 않는다는 중독성 강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계의 거장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가 만드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안기는 재미가 가득한 가운데, 상류층을 풍자하기 위한 도구인 치사한 몸싸움이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이 몸싸움은 유준상이 연기하는 한정호, 유호정이 연기하는 최연희가 책임지고 있는 상황. 지난 21일 방송된 18회는 정호가 자신의 친구이자 원수인 지영라(백지연 분)와 정신적인 불륜을 저지르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연희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언제나 고상한 행동으로 위선적인 속내를 감추는데 뛰어난 내공을 가진 연희는 부부싸움에서는 지위고하가 막론한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남편과 골프채를 갖고 싸우다가 결국 남편의 치부인 머리채를 잡아뜯는 연희의 속시원한 복수. M자 탈모로 언제나 머리카락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정호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연희는 정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정호에게 박치기를 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누가 봐도 성인이지만 유치하기 짝이 없어 ‘진짜 어른’과는 거리가 먼 두 사람의 유치찬란한 싸움은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특히 자신의 세계관과 다른 말을 하며 거역하는 아들 한인상(이준 분)에게 뺨을 손바닥이 아닌 주먹으로 때리려다가 실패한 정호의 주접에 가까운 행동 역시 넘어갈 수 없다.
로펌 대표 변호사로서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인물이지만 거대한 저택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동네 꼬마보다 유치한 정호, 늘 사람을 하대하는 습관이 있을 정도로 고고한 자태이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손에 꼽는 연희. 이들의 초등학생 뺨치는 으르렁거림은 이 드라마의 유쾌한 조소 도구로 활용되며 ‘풍문으로 들었소’의 매력적인 지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철판을 깐 듯 정말 진지하게 이 같은 비웃음의 대상을 연기하는 유준상과 유호정의 호연이 이 드라마를 월요일과 화요일마다 챙겨보고, 화요일 방송 마지막 순간마다 일주일을 어떻게 기다리나 손을 꼽게 만들고 있다. 뭔가의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쭉 내미는 유준상의 심통맞은 표정, 당황할 때마다 입꼬리만 억지로 웃는 유호정의 자연스러운 표정이 중년의 두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중이다.
jmpyo@osen.co.kr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