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다. 정말로 강산이 변할 때까지 '무한도전'은 존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거대해진 모습으로 성장했다.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이름으로 10년을 달려온 무한도전은 다시 없을 현존하는 예능계 역사가 됐다.
4월 23일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 지금이야 골수팬이 넘치는 '무한도전'이지만, '무한도전'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실패들이 있었고, 감동과 웃음이 가득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물론 수많은 출연진들이 교체되기도 했더랬다.
10년의 '무한도전'의 결정적인 순간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겠느냐만은, 시간 순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1. 황소랑 줄다리기..무모한 도전 그 시작
지난 2005년 4월 23일. '무한도전'이 탄생했다. 1회는 '무한도전' 10년을 논하며 빼놓을 수 없는 장면. 특히 첫 회에는 지금의 유재석, 정형돈을 비롯해 표영호, 노홍철, 이정이 참여해 황소와 줄다리기를 펼쳤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무대본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참신했다. 이들은 이날 황소와의 줄다리기를 통해 처절히 패했고, 결국 굴욕적인 모습으로 물에 빠지며 대박 예능 프로그램을 예고했다. 이때만해도 이들은 '무한도전'이 10년이나 이어갈 줄 상상도 못했을 테다.
2. 무한도전 진짜 서막을 열다..미셸 위와의 만남
사실 '무한도전'은 초반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무모한 도전'에서 '무리한 도전'을 거쳐 지금의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무한도전'의 첫 회는 하하, 정형돈, 유재석, 노홍철, 유재석, 정준하 등 지금의 멤버들이 야외로 나가 미셸 위를 만나며 새로운 그림들을 만들어냈다. '무한도전'의 공식적인 1회가 바로 이 미셸 위 특집인데, 이는 '무모한 도전'이 탄생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당시만 해도 미셸 위는 뉴스만 틀면 나오던 스포츠 대세 스타. 멤버들은 이때부터 각계의 유명 스타들을 만나며 좀 더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3. 정형돈과 하하 '친해지길 바라'..진짜 리얼 몰카
'무한도전'의 특징은 제작진과 멤버들 간의 속고 속이는 기싸움이 펼쳐진다는 것. 이 역사는 지난 2006년 9월 30일 방송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어색한 사이였던 정형돈과 하하의 관계를 간파한 제작진은 일부러 둘 만 남게 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여성과 데이트한다는 설정이라는 거짓말 아래 두 사람이 호흡할 수 있는 상황들을 연출했다. 이때부터였을까. '무한도전' 멤버들 간의 리얼한 관계가 높은 공감을 사고, 더욱 현실성 있게 다가온 것이.
4. 드라마 '이산' 보조출연 특집..역대 최고 시청률
멤버들은 지난 2006년 드라마 '이산'에 보조 출연을 하기도 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보조 출연자들의 삶을 의미있게 되짚었고, 멤버들은 몸소 드라마의 한 부분이 되어 카메라 앞에 섰다. 이들 중 일부는 실제 '이산'의 화면에 잡히기도 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멤버들 특유의 입담 시너지가 폭발하기도 했고, '이산'의 인기와 맞물려 역대 최고 시청률인 30.4%(TNmS 제공)을 기록했다.
5. 무한도전 달력, 폭발하는 판매고와 기부
'무한도전' 달력은 이제 빠질 수 없는 연례행사다. 달력을 통한 수익금의 일부는 매년 불우이웃에 기부되고 있는데, 지난 2009년 달력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한 해를 정리한 달력은 전국민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무한도전'은 매년 달력을 판매한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쓰는 중. MBC가 기부하는 금액의 상당수가 이 달력에서 나온다고 하니, 그 위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6. 봅슬레이 특집..예능이 울릴 줄이야
'무한도전'은 웃음과 감동이 함께 버무려져 있어 더욱 각광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09년 1월 방송된 봅슬레이 특집은 멤버 전원이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미 봅슬레이를 진행하는 동안 결과는 나왔다. 국가대표는 이미 탈락이었다. 그러나 그간 노력했던 만큼 멤버들은 필사적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했으며, 완주에 최선을 다했다. 봅슬레이는 표현에 약하던 박명수까지 눈물짓게 만들며 감동까지 한 번에 선사해 뭉클하게 했었다.
7. 뉴욕에서 무슨 일이? 정준하 vs 명셰프..도덕성을 깨치다
인기가 많으니 태도적인 문제도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 2009년 뉴욕 특집을 진행했던 '무한도전'은 유명 셰프인 명현지가 멤버들을 도와 요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 중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명 셰프에게 무례한 말투와 태도를 보인 정준하는 시청자들의 날선 질타를 받아야 했다. 프로그램 속 출연자의 태도가 '하차해야 한다'는 요구로 번진 것은 그만큼 '무한도전'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 일이 있은 뒤 멤버들은 더욱 태도 및 도덕성에 주의를 하게 된 지도 모르겠다.
8. '무한도전', 이제 가요 시장까지 장악..가요제 인기
'무한도전'은 2년에 한 번씩 가요제를 개최해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난 2007년 멤버들의 솔로곡으로 시작했던 강변북로 가요제가 큰 인기를 끈 이후 2009년에는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가 펼쳐졌다. 두번째 가요제에서 멤버들이 유명 스타들과 짝을 이뤄 선보인 노래들은 음원 차트를 강타하며 예능을 너머 가요 시장까지 장악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박명수와 제시카가 함께한 '냉면'은 아직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9. 길-노홍철, 음주운전으로 불미스런 하차
그간 '무한도전'을 거쳐간 스타들은 많았으나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를 한 경우는 길과 노홍철뿐이다. 두 사람 모두 공교롭게 같은 해에 음주운전으로 자진 하차를 결정했고, 유재석은 대표로 사과의 말을 건넸다. 두 사람은 '그 녀석'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무한도전' 10년 역사에 아쉬운 상처를 남기게 됐다.
10. '토토가', 90년대를 소환한 빅 이벤트
10주년을 맞이한 그 첫 해,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예능을 너머 전 연예계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됐다. 사실 그간 90년대를 추억하는 움직임은 많았으나 '무한도전'이 나서자 붐업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음원 차트에는 90년대 히트곡들이 속속 역주행을 했으며, 현재까지도 90년대 가수들이 컴백을 하는 등 가요계에도 큰 변화를 줬다.
'무한도전'의 10년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미를 남겼다. 웃음은 물론 감동, 매 회 참신한 아이템, 때론 사회 풍자까지 곁들여 흠잡을 데 없는 결정적 장면들이 넘쳐난다. 지금의 아성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숱한 실패와 좌절, 눈물로 일궈낸 결과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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