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이면 어떤가. 이렇게 웃긴데.
김영철은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서 개인기와 남다른 입담으로 시종일관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영철은 시작부터 의욕적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 자신의 유행어가 된 “힘을 내요 슈퍼 파월”을 부르며 활약을 예고한 그는 자기 자신을 “2015년 연예대상”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독 들떠있는 그에게 MC들은 핀잔 아닌 핀잔을 주기도 했다. 비호감 캐릭터인 것은 아냐며 물었고 좀 가라앉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철은 굴하지 않았다. “비호감인 것을 왜 모르겠냐”고 말한 그는 과한 개인기와 과한 설정을 비호감 캐릭터의 이유로 꼽는 철저한 자기분석(?)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어를 배우고 나서 자신감과 약간의 허세가 더해진 것도 문제라는 김구라의 지적에 “나는 자신감으로 살아왔다. 기가 죽으면 방송을 할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신 스스로를 비호감 캐릭터라고 인정했지만 그러면 어떠랴. 김영철은 개그맨의 본분인 ‘웃음’에 충실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과한 개인기와 설정이 그를 비호감으로 이끌었을지언정, 웃음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영자, 조혜련, 김희애 등 이미 유명한 그의 개인기를 제외하고서라도 새롭게 탄생한 유호정과 백지연 개인기는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그는 “유호정이 악역을 하게 됐다면서 톤을 잡아달라고 하더라. 내가 배우한테 어떻게 감히 톤을 잡아주겠나. 그래서 그냥 넘어갔는데 드라마에 나온 뒤 성대모사를 빨리 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한 뒤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속 유호정의 말투를 따라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사실 유호정보다는 백지연이 더 따라하기 좋다”며 백지연 성대모사로 보는 이들은 물론 현장을 폭소케 했다.
입담도 좋았다. 그는 말하던 중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이영자, 조혜련 등의 성대모사에 대해 “이제 이쯤되면 여러분들이 이걸 개인기가 아닌 그냥 말투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나의 다중인격 정도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사실 김영철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가 말했듯 어딘가 모르게 과한 행동들과 설정은 어떤 이에겐 비호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김영철의 직업은 웃음을 주는 개그맨이다. 개그맨에게 비호감을 호감으로 돌리는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웃음을 주려고 하는 노력이다. 이점에 있어서 김영철은 개그맨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침묵을 못 참는다고 말했듯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던 것 중 하나가 ‘힘을 내요 슈퍼 파워’이다.
때문에 김영철이 비호감이면 어떤가. 본분에 충실하고 사람들을 웃게 한다면 비호감쯤은 쿨하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이날 ‘라스’에서는 ‘힘을 내요 슈퍼군인’ 특집으로 임원희, 정겨운, 김영철, 샘 킴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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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