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않여’ 이순재가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을 숨기고 가족들 앞에 선 가운데, 그의 연기가 또 어떤 파장을 가져오게 될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순재는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하며 30년 동안 자리를 비웠던 집에 일어난 모든 일을 바로잡으려 나섰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수목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30년 만에 기억이 돌아온 철희(이순재 분)가 가족들을 돌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철희는 어린 나이에 아기를 낳은 현숙(채시라 분)과 구민(박혁권 분)을 못마땅해 했고, 박사 학위를 받고도 집에서 놀고 있는 마리(이하나 분)를 다그쳤다. 또 자신의 기차 사고를 목격하고도 방치했던 모란(장미희 분)에게는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고, 미안한 마음이 큰 순옥(김혜자 분)에게는 더욱 자상한 남편으로 다가갔다.
철희는 자신이 떠난 후 순옥이 꾸린 집안에 대해 ‘콩가루’라고 말하다가 이 집안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지만, 그가 조강지처를 버리고 첫사랑을 따라 나선 죄책감에 기억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숨기는 모습은 가족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그려내고 있어 보는 이를 긴장하게 했다. 인자한 ‘미남’ 할아버지에서, 본인의 진짜 자리로 돌아온 철희는 일방적인 사과를 이어가는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가족들은 모든 일에 깊게 관여하려는 그의 관심에 기뻐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철희의 일거수일투족에 반색하며 그의 기억이 행여나 돌아올까 기대를 높이고 있는 가족들의 희망에 찬 눈망울 앞에 기억을 잃은 척 어설픈 연기를 보이는 철희의 모습은 그를 30년 동안 기다렸던 가족을 또 한 번 배신하는 행위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진실은 안국동 삼대의 오랜만의 행복을 또 한 번 깨뜨리지는 않을지 불안감을 조성한다.
또한 이날 철희의 기차 사고에 대한 진실을 모두 안 현숙이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면서, 현숙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궁금증을 유발했다. 돌아온 아버지, 철희를 누구보다 믿고 따르며 사랑하는 현숙이 철희의 기차 사고를 공론화시킬지, 또 이 과정에서 철희는 자신의 과거 허물을 맞닥뜨리며 진정한 사과를 전할지, 아니면 모르쇠로 일관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매회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 넘치는 가족극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출생의 비밀, 기억 상실 등 다소 뻔하게 느껴지는 요소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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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