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이미도, ‘착않여’에도 ‘욕받이’는 있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4.23 11: 20

착한 드라마에도 얄미움을 한 몸에 받는 욕받이는 있다. 항상 주인공의 좋은 언니, 친구였던 배우 이미도가 이번 드라마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그의 극 중 호칭은 ‘박총’. 박총무를 줄여 박총이라 불리는 이 여인은 초반 사근사근하고 충실해 보였던 이미지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숨겨져 있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반전을 주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에서는 모란(장미희 분)의 말에 자신의 열등감을 모두 드러내며 분해하는 박총무(이미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총무는 강순옥의 집을 떠나려 하는 모란을 위한 마지막 선물로 부침개를 만들어주겠다며 부엌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 현숙이 왔고, 박총무는 부침개 맛을 보라며 자신이 만든 양념장을 현숙과 모란에게 건넸다. 박총무가 만든 양념장 맛을 본 모란은 “뭔가 부족하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현숙은 맛을 보더니 “유자청이 빠졌다”며 박총무의 양념장에 유자청을 넣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가방을 함부로 뒤지는 박총무를 고깝게 여기던 모란은 “박총,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유자청이 빠진 것도 모르면 어떻게 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모란의 이 말은 참고 있던 박총무의 열등감에 불을 지폈고 박총무는 잠시 후 모란의 방에 찾아와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불쾌하다. 나는 여기 와서 10년 넘게 고생했다. 매번 나는 투명인간 취급하시면서 현숙 언니를 수제자로 밀려고 하시더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에 모란은 “고생은 고생이고 결국 재능을 가진 사람이 물려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남의 가방 뒤지는 사람이 무슨 수제자, 소매 엉터리로 꿰맨 건 수선집에 맡길 테니까 들킬까 조마조마 하지 말라”고 박총무가 자신의 옷을 몰래 꺼내 입고 갔다 온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앞서 박총무는 모란의 가방을 뒤져보다 그가 순옥(김혜자 분)의 남편 철희(이순재 분) 사이에 있는 비밀이 뭔지 알아챈 상황. 모란은 자신에게 은근히 협박을 해오는 그의 모습에 분노했고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역시 박총무는 이를 언급하며 “강 선생님한테 절대 얘기안 할 거다. 믿으셔도 된다. 이렇게 재밌는 애기는 밖에다 해야 한다. 수강생 중에 영화제작자 사모님, 방송국 간부 되는 분도 있었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사건은 여러 사람이 봐야 재밌는 거다”라고 협박했다.
결국 모란과 박총무의 다툼에는 고성이 오갔다. 모란은 “강 선생이 질 나쁜 호랑이새끼를 키웠군”이라고 내뱉었고 흥분한 박총무는 “장모란 여사님이 제 손톱 발톱을 일어나게 하셨다”고 소리를 질렀다. 더불어 박총무는 순옥의 딸 현숙의 요리 재능을 칭찬하는 모란에게 앙심을 품었을 뿐 아니라 현숙의 남편 구민(박혁권 분)을 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다. 현숙의 친구 종미(김혜은 분)는 이를 알아채고 그에게 경고까지 한 상황. 마침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던 박총무는 구민을 마주쳤고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안긴 뒤 “술 한 잔 사주시면 안 되느냐”고 슬픈 표정을 지어 또 한 번 얄미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열등감으로 가득 차 다른 사람의 남편에게까지 마음을 두는 박총무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극 중 현숙과 앙숙인 말년(서이숙 분)보다 박총무가 더 싫다는 의견을 표할 정도. 말년의 경우 불우한 어린시절 등 배경 설명이 나와 이해를 해볼만한 여지가 있지만, 박총무의 경우엔 아직까지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아 더욱 이해받지 못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욕받이 박총무에게도 또 다른 반전의 여지가 있을까? 김인영 작가가 그려낼 또 다른 반전이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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