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이미 100만 관객을 '깔고' 23일 스타트라인에 선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일각에서 1500만 돌파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2010년 '아이언맨2'의 국내 성적이 450만, 2012년 '어벤져스' 1편이 700만, 2013년 '아이언맨3'이 900만이었으니 이번엔 천만을 넘어설 차례이긴 했는데, 서울 프리미엄이 아무래도 200~300만은 더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었다. 그러므로 작품 속 서울이 과연 '프리미엄'이 붙을만한가는 이 영화의 흥행성을 예측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지표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1일 언론 시사가 끝난 후 제일 화제를 모은 부분도 당연히 서울 등장 분량이 어떻냐는 것. 아쉽게도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양심이 있는데, 서울을 뉴욕 마냥 번쩍번쩍하게 그려달라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의 서울을 보여줬다고 하기엔 '그림'이 다소 생경했던 것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미세먼지가 가장 익숙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평가에 일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영화를 영화로 봐야지, 서울 등장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는 것. 어벤져스가 한복을 차려입고 '강남스타일'이라도 불러야 만족하겠느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서울 홍보 영상이 아니다. 제작비를 지원하고, 교통까지 통제해줬지만 그렇다고 그 결과물에 대해 왈가왈부하긴 좀 그렇다. 지원해줬으면 쿨하게 빠져줘야 한다. PPL 업체들이 얼마나 큰 피로감을 유발하는지는 한국드라마 시청자라면 누구나 잘 안다.
아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서울이 꽤 여러 컷 담겼고, 차 질주씬 등에서 배경 역할을 하고 있긴 하다. 초록색 도로표지판과 스칼렛 요한슨의 조합도 신기하긴 하다. 이 정도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흠집'을 내는 게 과민반응일 수,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 서울을 제외하고 '영화'로만 봐야한다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다. 어찌됐든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에서 현지를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도 연출의 한 특성일 수 있다. 영화 속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얼마나 실제와 비슷한지는 몰라도, 서울은 잘 알 수 있다.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좌우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옥에 티 정도는 될 수 있다. 첫 서울 로케이션 블록버스터라면 더욱 그렇다.
이 액션 블록버스터를 보고 서울 등장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영화로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이 영화는 관점에 따라 상이한 평가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각 캐릭터별 매력을 줄줄 읊는 팬이라면, 이들의 사연을 심화시키고 새 캐릭터를 대거 등장시킨 이번 작품이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볼거리 위주로 보고 금방 까먹어버린 일반 관객이라면, "저건 또 뭐야?" "쟤는 누구더라"를 꽤 자주 되물어야 한다. 히어로물의 특성상 이 세계에 완전히 빠진 사람과 라이트팬의 관람 자세는 180도 다르다.
인공지능을 지닌 울트론이 왜 어벤져스를 적으로 간주하는지는 쉽게 와닿지 않지만, 히어로물의 스토리를 진지하게 분석하려드는 것 또한 '촌스러운' 관람 자세라는 의견도 많다. 부수고 폭발시키는 게 제일 중요한 블록버스터라는 것. 과학의 힘을 믿느냐, 견제하느냐를 두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의견 불일치를 보이며 볼거리 이상의 갈등을 보여주긴 하지만, 사실 이 주제는 입시 논술시험마냥 진부하기도 하다. 하긴, 그만큼 풀기 어려우니까 진부하게 느껴질만큼 질문이 되풀이되는 거겠지만. 어찌됐든 영화는 신나게 총을 쏘고 터뜨리고 도시 하나를 초토화시킨다.
SNS에는 23일 개봉 첫날 '어벤져스2'를 보고 돌아온 '얼리어답터'들의 평이 줄을 잇고 있는 상태. 역시나 반응은 제각각. 어떤 평가를 내리든 각자 액션 블록버스터를 대하는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 같다.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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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포스터,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