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임성한 은퇴, 과연 막장의 종말일까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4.24 07: 21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이제는 한 장르가 된 막장 드라마의 종말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막장’ 드라마를 있게 한 장본인, 임성한 작가가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임성한 월드’의 폐장에 실망한 시청자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23일 임성한 작가의 은퇴 계획이 알려지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임성한 작가는 당초 10개의 작품 후 은퇴하는 계획을 세웠었다고. 이에 따라 데뷔작과 단막극을 제외하고, 일일극 '보고 또 보고', '온달 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에 이어 현재 집필하는 10번째 작품, '압구정 백야'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MBC 드라마국 측 관계자는 23일 OSEN에 "임성한 작가의 은퇴는 본인의 자유의사다. 존중한다. 다만 '압구정백야'가 임 작가의 은퇴작이된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임성한 월드’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임성한’이기에 가능한 드라마의 극적 구조는 여타 드라마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 바 있다. 개연성이 부족한 자극적인 전개를 이어가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대본은 묘한 몰입도를 발휘하면서,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라는 말로 모든 설명을 대신했던 것.
또 드라마의 주연 배우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거나, 여자 배우들끼리 벌이는 코피 터지는 육탄전, 나이 어린 여주인공의 훈계하는 말투 등 임성한 작가 작품에 등장하는 특유의 상황은 그의 작품에 중독된 고정 시청자층을 끌고 나가며 언제나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여준 바 있다.
이처럼 드라마의 어느 한 부분만 보고서도 작가를 알아보는 작가는 국내에 몇 되지 않는데, 막장계에서는 점을 찍고 등장하는 김순옥 작가(‘왔다 장보리’,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이름 안에 모든 캐릭터 설명이 들어있는 문영남 작가(‘왕가네 식구들’, ‘폼나게 살거야’, ‘수상한 삼형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작가는 극성이 세지고 드라마 외적인 논란이 거세질수록 시청률 곡선도 치솟는다는 공통점을 지녔는데, 그중에서도 임성한 작가는 본인의 이전 작품까지 모두 연결해 시청자가 스스로 움직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하는 마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시청자 또한 시끄러운 잡음에 질색하면서도 일단 드라마는 매일 보는 시청 형태를 보여줘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논란을 조심하는 방송사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아왔다.
늘 드라마 이상의 드라마를 쓰던 임성한 작가다. 그는 은퇴설마저 드라마틱하게 전하며 3주 정도 분량의 방송이 남은 은퇴작 ‘압구정 백야’에 대중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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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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