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때로는 살벌하게 욕을 하는데도 왠지 정이 뚝뚝 떨어진다. 까마득한 후배 개그맨 장동민을 바라보는 배우 김수미의 모습이 그렇다. 머리통(?)을 후려치기도 하고 “이 XX, 저 XX” 욕을 하기도 하지만, 장동민과 함께 ‘타짜 패밀리’가 돼 고스톱을 치고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김수미의 모습에는 부인할 수 없는 따뜻함이 흘렀다.
김수미는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 자신의 매니저로 하루를 함께 한 장동민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날 김수미는 장동민에게 "제일 위태로운 게 형편이 좋아질 때를 조심하라고 했다. 너도 이 다음에 60세가 넘었을 때 내 인생은 어떻게 돼 있을까, 생각을 해보라"고 말했다. 또 "나 사실은 평소에 집에서는 한, 두 마디 밖에 안한다. 강아지하고 몇 마디 얘기하는 게 다다. 난 이 말을 좋아한다. 늙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자주 열어라. 말을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따뜻한 분위기도 잠시, 김수미는 이내 “너 억지로 듣지 지금 표정이? 사람이 말하는데 왜 눈을 안 보고 숯불을 쳐다보느냐”고 호통을 쳤고, 장동민은 “아시는 분이 왜 그러시나 해서다”라고 말대꾸를 해 머리를 얻어맞았다.
이어 장동민은 김수미의 격한 반응에도 “강아지가 얼마나 지겨울까?”라고 받아 쳤고 “사람이 말을 하면 눈을 쳐다보라”는 김수미의 말에 ‘도끼 눈’을 하고 그를 노려보며 능청스러움을 발휘했다. 이후 두 사람의 티격태격 말싸움은 “어머, 이 미친X”이라는, 당황한 김수미의 말에 장동민이 “사랑한다”며 뽀뽀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장동민은 느낀 점이 많은 듯한 반응이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장동민은 자신이 본 김수미의 모습에 “이런 사람이 또 있구나, 세상에. 내 30년 후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만감이 교차하더라. 인생을 역지사지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느낀점을 고백했다.
아마도 장동민이 김수미에게서 본 것은 자신의 단점과 장점, 두 가지 다였을 것이다. 김수미의 거친 입담과 자유로이 타인을 향해 날아가는 손(?)은 아마도 평소 자신이 주변인들에게 하는 행동을 돌아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와 동시 거친 겉모습 속 상대를 생각하고 헤아려주는 마음 씀씀이를 읽고는 ‘나도 그런데’라며 공감을 하기도 했을지 모른다.
때문에 “이런 사람이 또 있구나”라며 김수미와 자신의 닮은 점을 보게 된 장동민의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간 장동민’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대중은 오랫동안 안방극장에서 활약해 온 여배우 김수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요즘에 와서야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가 강조됐지만, 그간 김수미는 맡은 역할을 200% 해내는 연기파 배우일 뿐 아니라,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글쓰기에도 소양이 있는, 명사이기도 했다. 한 사람에게도 여러 모습이 있는 것.
최근 장동민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과 심한 욕설 등을 했던 것이 다시 회자돼 식스맨 후보로 참석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하차를 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과거 발언의 후폭풍은 엄청나서 어디서나 당당했던 그도 어딘지 모르게 풀이 죽어있는 듯 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 상황. 그가 일련의 사태들을 겪고 실제로 어떤 반성들을 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닮은 김수미를 보고 무엇인가를 깨닫고 공감하는 장동민의 새로운 모습은 ‘또 다른 인간’ 장동민을 기대하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 '나를 돌아봐'는 4회 분량의 파일럿으로 기획된 '나를 돌아봐'는 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내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이경규와 가수 조영남, 배우 김수미와 개그트리오 옹달샘 멤버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등이 출연한다.
eujenej@osen.co.kr
'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